03 Go up

눈칫밥과 톱밥

by 코나페소아

​나성결 목사의 거대한 대형교회가 서 있는 평지에는 2,500 세대의 브랜드 아파트 단지와 화려한 상가가 오밀조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 평온한 풍경 옆으로, 가파르게 솟아오른 산 언덕배기에는 500여 가구의 노후한 단독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찌르레기 달동네'가 형성되어 있었다.


​화물칸에서 땀에 젖어 짐을 정리하던 동구의 시선이 아찔한 산동네에 머문다. 고교 시절, 가세가 기울며 평지 아파트를 떠나 쫓기듯 올라가야 했던 곳. 그에게 저 가파른 오르막은 단순한 지리적 고도가 아니라, 안온했던 삶의 궤도에서 이탈해 버린 삶의 흔적이었다.


​그때, 눈부시게 하얀 BMW SUV 한 대가 동구의 낡은 택배차 옆을 스쳐 지나더니 멈춘다. 운전석에는 동네에서 잘 나가기로 소문난 헬스트레이너 오병만이 타고 있었다.


​"동구야! 오늘도 고생하네. 힘내라!"


병만이 창문을 내리며 밝게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인사를 건넨 병만의 얼굴이 스마트폰 알림음이 울리자 이내 어두워졌다. 핸들을 잡은 채 화면을 들여다보는 그의 입술 사이로 가벼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는 힘없는 눈빛으로 동구를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는 가속페달을 밟으며 멀어진다.


그 뒷모습을 장갑 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물끄러미 바라보던 동구는 왠지 모를 부러움에 사로잡혀 버렸다.


​요즘 동구의 집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요양원에 입원하신 외할머니의 간병비와 오래된 아버지의 채무가 더해져 엄마 임명자는 지칠 대로 지쳐 기도로 하루를 버텨냈다. ​


하지만 동구는 그 간절한 기도도 돈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주변 사람들이 가난한 동구를 언제든 내버려도 좋은 '톱밥'이나,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용해 먹는 '고기밥' 정도로 대하는 듯한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동구는 죽기보다 싫어서 귀에 꽂은 이어폰 너머로 흘러나오는 자신의 랩 가사에 집중하곤 했다.


결코 화려한 가구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톱밥처럼, 혹은 누군가의 배를 불리기 위해 낚싯바늘에 꿰어진 미끼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힘들어 매일.

귀에 속삭이는 듯해.

고되고 또 고된 내 몸. 성과는 필요 없네.

그저 필요한 건 돈

필요한 건 그저 돈



​임명자는 나성결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의 신실한 권사였다. 십일조와 감사헌금을 꼬박꼬박 바치던 시절, 나 목사는 수시로 집에 찾아와 축복 기도를 해주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대신 심방 온 부목사의 입에서는 축복 대신 은근한 압박이 튀어나왔다.


"권사님, 집안에 고난이 계속되는 건 영적인 상태를 점검해 보라는 하늘의 신호입니다. 힘들수록 예물을 통해 믿음을 증명해야 마귀가 틈을 타지 못해요. "


부목사는 동구를 곁눈질하며 설교를 이어갔다.

"그리고 자녀가 술담배 하며 욕설이 섞인 거친 힙합으로 입술을 더럽히니 집안의 영적 흐름이 흐려져 축복을 못 받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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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택배차 공간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라, 세상 누구보다 가까이서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전망대'입니다. 저는 세상을 읽으며 글을 쓰는 몸글 사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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