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노인이 내 안에 살고 있었다
아는 지인이 아내의 생일날, 케이크에 숫자 초를 꽂다가 실수로 거꾸로 꽂는 바람에, 27세 생일 케이크가 그만 72세 케이크가 되어버렸다. 부부는 한바탕 웃고 나서 이런저런 말을 나누다 문득 이런 상상을 했다고 한다.
지금 내가 72세의 노인이라면,
그 노인이 과거로 돌아와 지금 27세의 몸속에 들어와 살아간다면, 어떤 기분으로 오늘을 살아갈까.
그 상상을 하는 순간, 부부는 전혀 다른 눈으로 오늘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 매일이 기적 같고 흥미롭게 느껴졌으리라.
이야기를 들은 후로도 한동안 그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우연히 이른 아침 탑차 시동을 걸기 전, 스마트폰 화면 위로 몇 해 전 사진이 파노라마처럼 흘러나오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훨씬 더 젊은 내 얼굴과 가족들의 얼굴이 낯설었다. 내 사진인데, 내 가족인데, 왜 이리 생경하게 느껴지는 걸까.
세월이 흘러 칠십이 되고 팔십이 되면 지금 내 모습 역시 이렇게 낯설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10대의 나, 20대의 나, 60대 이후의 내가, 서로 이어지지 않는 파편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그 낯섦은 단절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눈앞의 오늘 너머를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사는 삶에 대한, 조용한 경고 같은 것이었다.
그날 오전, 배송을 나서다 건너편 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고양이가 아스팔트 위를 뒹구는 것을 보았다. 가슴이 떨렸다. 신호에 걸려 삼거리 교차로에 잠시 멈추는 동안, 양편으로 늘어선 가로수들이 바람에 천천히 일렁이고 있었다. 연한 청록빛 잎사귀들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눈부시게 물결치며, 방금 전의 끔찍한 장면을 조용히 덮으려 하고 있었다. 삶의 일상이란 늘 그렇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심하게 지나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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