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3월부터 우리 가족에게 3월의 징크스가 생겼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택배와 관련하여 잦은 오배송이 많이 생겨 힘들었던 안 좋은 추억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3월은 아내의 생일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아내가 이런저런 바람들을 나와 아들에게 늘어놓기 시작한다. 가족끼리 우스갯소리로 이래저래 아내생일이 다가오면 심란해진다고 말하곤 서로 빙그레 웃곤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며칠사이에 택배의 시작과 끝이 매끄럽지 못했다.
배송 때마다 파손, 주소누락 등의 상품들로 인해 시간이 많이 지체되곤 했다. 심지어 익숙했던 반품마무리 작업에도 실수를 해서 대리점에 연락해 수정받아야 했다.
실수가 나면 바짝 예민해진다. 반품을 수거하지 못한 곳이 있었는데 완료로 잘못처리했다.
아직 운전이 서툰 아들이 수거하겠다며 초롱이를 몰고 나가다가 주차된 차에서 갑자기 내린 사내아이로 인해 사이드미러가 파손되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큰 사고가 나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새벽에 반품상품을 수거 후 아침에 한창 까대기를 하는데 고객에게 연락이 왔다. 상품이 없다는 거다.
오배송을 막기 위해 몸에 부착하고 다니는 바디캠을 통해 확인해 보니 엉뚱한 곳에 배송하러 들어가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상하다.
그사이 동료들은 모두 다 나가고 우리가 맨 마지막으로 상품을 싣고 센터를 나왔다. 꼬이는 순간의 연속이다.
괜히 기분이 가라앉고 맥이 풀린다.
배송이 일찍 끝나고 들어와 차량을 수리하러 아들과 정비소에 다녀왔다. 일부러 사고수습하는 과정을 아들에게 맡겼다.
곁에서 지켜보니 처리하는 아들이 참 순진하고 해맑기만 하다.
세상은 이런 순수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전세사기대출 등 몹쓸 짓을 한다. 아들에게 세상을 살아가기에 넌 너무 착하다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어차피 세상의 야비함은 우리 아들도 살아가면서 알게 될 텐데 우리와 함께하는 동안만이라도 그대로의 순수함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잘 풀리는 날이든 꼬이는 날이든 삶의 행복과는 상관이 없다. 모든 상황과 일이 꼬여서 돌아가든 술술 잘 풀리든 그 하루를 잡고 살아가는 두 손과 그 손을 조정하며 하루를 살아내려는 정신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레버넌트>는 영화시작 전에 암전상태에서 몇 초간 들려준 삶을 향한 강렬하고 거친 숨소리가 인상적이다.
나의 들고나는 숨소리를 느끼며 글을 쓰는 순간 마음의 평온이 가만히 다가온다.
삶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중요한 것은 이 순간 내가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내가 숨을 쉰다는 사실을 자주 잊거나 소홀하게 여기며 살아가기에 감사함을 잃고 심란하게 살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