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무서워
인생의 속도
전날 밤, 지도 앱을 켜고 도착 시간을 확인한다.
출발 시간은 언제나 예정보다 빠르다.
내가 왜 이렇게 급한 성격일까.
예전엔 '5G'라는 별명도 있었다.
아침 출근길, 실시간 도착 예측은 종잡을 수 없다.
큰 숨을 쉬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시급 2만원 알바, 톨비가 2천원대면 다행이고
3천원, 4천원, 어느 날은 더 오른다.
왕복 두 시간, 기름값까지 더하면 최저 시급도 안 된다.
이럴 바엔 동네 아이들 돌보는 게 나을지도.
남편과는 말없이 지낸 지 오래다.
주말부부, 불편함은 없다.
금요일, 남편 오는 날.
"나 알바 가는데 톨비가 자꾸 나와. 국도로 설정 어떻게 바꾸는지 알려줘."
라고 톡을 보냈다.
남편이 파손된 차 사진을 보내왔다.
사실 지난주에 차에 흠집이 난 건
본 남편이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남편은 한참 뒤, 조용히 말했다.
"톨비 나와도 안전한 곳으로 다녀."
그 말에 마음이 풀렸다.
티 안 난다고, 남편이 예민하다고 생각했던 내 말에
"도어 열어보면 변형된 곳 철판이 보여서 녹이 슬 것 같음."
단단한 말투 속에 걱정이 숨어 있었다.
운전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다.
지도를 믿고 간다 해도
손엔 진땀이 흐르고, 낯선 길은 두렵다.
시골 학교 앞에서 주차장을 찾지 못해
막다른 골목을 더듬듯 지나던 그날,
내 마음도 막다른 골목 같았다.
그래도 길은 있다.
다시 유턴하면 된다.
음악 소리에 마음을 열고
조심스레 미러를 보고, 앞을 본다.
앞만 보고 가는 내 운전은
내 인생과도 닮아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면허를 땄지만
차가 없었고,
결혼 후엔 남편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차는 늘 주차장에만 있었다.
아이 셋 키우면서도
운전은 내게 먼 일이었다.
그러다 해외에서
자차가 필수인 삶이 시작됐다.
골프와 운전을 함께 배운 어느 시절.
외길, 시골길에서 익힌 운전은
내게 용기를 심어줬다.
한국에 돌아와선 자전거를 샀다.
동탄은 자전거로 다니기 참 좋은 동네다.
자전거가 좋아
운전은 피하고 싶었지만,
가끔은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하기에
다시 핸들을 잡는다.
오늘도 큰 트럭 뒤를 따라가다
빨간불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벌금은 하루 알바비를 넘길 듯해
마음이 무겁다.
스쿨존에서 과속 위반으로 받은 과태료,
유턴하다가 차를 박은 일,
주차장에서 주차된 외제차에 흠집을 냈던 기억들.
운전은 늘 나를 시험한다.
그래도 자폭이 아니던가.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누군가는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지만
나는 그 반대다.
운전대 앞에선 소심해진다.
1차선 도로에서 90km로 달리면
뒤차가 밀착하지만
나는 나만의 '넓은 안전거리'가 필요하다.
내 인생의 속도는 과연 얼마일까.
빨라도 늦어도 괜찮다.
길은 언제나 있다.
"톨비 나와도, 안전한 곳으로 다녀."
그 말처럼
중요한 건,
다치지 않고 돌아오는 것이다.
— 너그러움의 브레이크를 밟으며, 오늘도 달린다.
차의 스크래치 보다 내맘의 스크래치가 크게 느껴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