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뜻밖의 선물
새벽부터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이 깼다. "이런 날씨에도 정말 퍼레이드를 할까?" 의심스러워하면서도 알람을 맞춰둔 7시에 벌떡 일어났다.
2025 정조효 문화제. 동탄1동 효행단 퍼레이드. 무려 7킬로를 걸어야 하는 대장정이다.
그것도 이 궂은 날씨에. 하지만 봉사활동도 하고 모니터링 알바까지 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타이밍 좋은 날"이라며 스스로를 달래고 우비를 챙겨 나섰다.
카톡방은 새벽부터 북적였다.
"비가 너무 많이 오네요"
"우산도 가져가야 하나요?"
"퍼레이드 중에는 우산 못 쓰죠?"
"주차장소가 벌써 거의 다 찼습니다"
38명이 모인 단톡방은 불안감과 의문으로 가득했다. 그래도 운영사무국의 공지는 확고했다.
"정조대왕능행차 퍼레이드는 우천 시에도 동일하게 진행합니다."
센트럴파크로 향하는 길, 빗방울이 우산을 때려댔다. 운동화는 이미 축축해지기 시작했고, 7킬로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발가락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이 정도 비에 정말 강행하는 건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미 나선 길이었다.
센트럴파크 축구장에 도착하니,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몇몇 사람들이 황당하게 우두커니 서있을 뿐,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 뭐지?"
그때 카톡에 뜨는 메시지.
"오늘 오전출발은 취소되었다고 하고요." "센팍에서는 취소라고 안내하네요."
아, 이런. 벌써 와버렸는데.
8시가 되자 정식 공지가 떴다. "비가 와서 취소." 결국 동사무소로 집결지가 변경되었고, 퍼레이드 거리도 1.7킬로로 대폭 단축되었다.
돌아가는 길, 젖은 운동화가 찰박찰박 소리를 냈다. 왔다 갔다 1시간, 완전히 헛걸음이었다
. 발가락 사이사이 스며든 빗물이 차갑고 불쾌했다.
하지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묘하게 가벼웠다.
'아, 이거 완전 글감이네!'
작가의 DNA가 꿈틀거렸다. 이 어수선한 아침, 기대와 실망, 젖은 운동화와 북적이는 단톡방, 그리고 비가 만들어낸 작은 해프닝까지. 모든 게 생생한 소재였다.
오전알바는 취소됐지만,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날씨가 만들어준 이야기 한 편을.
집에 도착해 따뜻한 차를 마시며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결국 이 비 오는 아침은, 낭비가 아니라 수확이었던 것이다.
행사 마치고 2부에 계속 재미있는일이 펼쳐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