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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첫 알바 체험기

강아지 산책


우리 아들의 첫 알바는 참 특별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외국인 매기(Maggie)가 고향에 갈 때마다 자신의 반려견을 돌봐줄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을 때, 나는 이것이 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영어 회화 연습도 하고, 용돈도 벌고, 무엇보다 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우지 못했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냄새도 나고, 길거리에서 아무 곳에나 배변을 하는 모습을 보면 짜증이 난다.

요즘은 애견 호텔이니 유치원이니, 심지어 강아지 심폐소생술까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내가 구세대구나 싶었다.

우리 집에서는 움직이는 펫은 절대 안 된다는 게 철칙이었고, 어렸을 때는 어항 속 물고기가 전부였다.

하지만 아들에게는 다른 경험을 주고 싶었다.

매기와 영어로 대화하며 소통하는 법도 배우고, 생명을 돌보는 책임감도 기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산책시키는 것만으로도 건당 5천 원이니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첫날 아들이 돌아왔을 때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온몸에서 강아지 냄새가 났지만, 얼굴은 유난히 밝았다. "엄마, 이 강아지 정말 똑똑해요! 영어로 'sit'이라고 하니까 진짜 앉더라고요!" 하며 신나게 이야기했다.

매기는 아들에게 영어로 간단한 지시사항들을 알려줬다. "Walk slowly(천천히 산책해)", "Don't let him eat anything on the ground(땅에 있는 건 먹이지 마)", "If he barks too much, say 'quiet'(너무 짖으면 조용히 하라고 해)" 같은 실용적인 영어 표현들이었다.

아들은 학교에서 배운 딱딱한 영어가 아니라 실생활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혀갔다.

처음에는 줄다리기하듯 끌려다니기만 했던 아들이 점점 강아지와 교감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강아지는 특정 나무에만 냄새를 맡으러 가요", "비 온 다음 날에는 더 활발해져요" 하며 강아지의 습성까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아들이 강아지 똥을 처음 치울 때였다.

집에서는 그런 걸 해본 적이 없던 아들이 비닐봉지를 들고 한참을 망설이더니, 결국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집게처럼 사용해서 치웠다고 했다.

"엄마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겠어요. 정말 냄새나요!"라며 웃었지만, 그다음부터는 당연한 일처럼 처리했다.

몇 주 지나니 아들의 영어 실력도 늘고, 책임감도 생겼다. 매기가 "Your son is so reliable!(네 아들은 정말 믿음직해!)"라고 칭찬할 때 나도 뿌듯했다.

비록 나는 여전히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지만, 아들이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은 값진 것 같다. 다른 생명을 돌보는 책임감, 실용적인 영어 회화, 그리고 용돈 벌이의 기쁨까지. 어쩌면 내가 어렸을 때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아들은 이렇게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 괜히 흐뭇했다.

다만 알바 후 옷에 붙어오는 강아지 털로 세탁을 더 꼼꼼히 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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