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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알바 세상

나의 줌 주식은 마이너스인데

줌 과외,

세계가 교실이 된 신세대 알바 이야기

"엄마, 오늘 파리 애 가르쳤어요!"

딸아이가 기숙사에서 전화를 걸어온 첫마디였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요즘 '김 선생'이라는 과외 앱으로 줌 과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세대답게 화상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아이들.

시험 공부할 때도 친구들과 줌 켜놓고 서로 자극받으며 공부하고, 유튜브에서 누군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만 봐도 힐링받는다는 세대 아닌가.

예전엔 과외 하나 하려면 1시간씩 왕복하며 시간을 버렸는데, 이제는 딸아이 기숙사 방에서 노트북 하나로 세계 곳곳의 아이들을 가르친다.

주재원 자녀로 해외 경험이 있어서인지, 파리에 있는 초등학생부터 독일의 중학생까지 시차를 계산해 가며 과외 스케줄을 짠다.

"한국 교육열은 정말 대단해요. 어디 살든 상관없이 한국어, 한국 수학 꼭 배우려고 하거든요!"

낮에는 대학 수업 듣고, 저녁이면 줌 화면 앞에 앉아 완벽한 선생님으로 변신하는 딸.

평소엔 집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안 하던 아이가 화면 속에서는 또박또박 설명하며 아이들을 이끄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어쩜 나를 닮았나 싶기도 하고.

해외 한인 사회는 생각보다 좁다.

한 아이를 잘 가르치면 소문이 나서 친구 소개가 줄을 잇는다.

덕분에 딸아이는 요즘 과외 학생 관리하느라 바쁘다며, 연합 동아리 주말 행사까지 참석하느라 집에 얼굴 보기도 어렵다.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낸 새로운 알바 형태. 교통비도, 이동 시간도 없고, 전 세계가 교실이 되는 줌 과외.

딸아이 덕분에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한다.

"다음엔 어느 나라 애 가르칠 거야?" "런던이요! 시차 때문에 새벽에 해야 하지만, 시급이 좋거든요!"

새벽까지 일하며 용돈 벌겠다는 딸이 기특하면서도, 몸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이렇게 당당하게 자립하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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