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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쉼과 깨어남의 하루

아침 햇살이 숲 사이로 부드럽게 내려앉을 때, 나는 옹달샘의 마당에 서 있었다.
공기 속에는 풀잎의 향과 낙엽의 냄새가 섞여 있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나무들은 작은 인사를 건넸다.
도심에서의 분주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느리게, 고요하게, 나의 숨이 깊어졌다.

강연장이 열리고, 푸른 요가 매트 위에 이름표와 노트가 놓였다.
“꿈 너머 꿈을 기록해 보세요.”
그 한마디에 마음이 울렸다. 나는 아직 내 안의 꿈을 다 들여다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펜을 쥔 손끝이 떨렸다.

그 떨림이 낯설지 않았다.

마치 오래 묵혀둔 나의 이야기가, 이제 막 깨어나려는 듯했다.

점심시간엔 ‘사람 살리는 건강한 밥상’이 펼쳐졌다.
기장밥, 아욱 된 국, 나물무침과 부추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콤한 샤인머스캣.
그 밥 한 숟가락 속에는 자연의 순리와 사람의 정성이 함께 들어 있었다.
먹는 동안은 말이 줄고, 마음이 고요해졌다.
“이게 진짜 밥이구나.”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건 배를 채우는 밥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밥상이었다.

그래서 접시 한가득 음식을 채웠나 보다


오후에는 작은 전시실을 들렀다.

아이의 상상력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 그림들이 벽마다 걸려 있었다.
한 편의 천막 안에는 조그만 인형과 담요가 놓여 있었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문득 ‘순수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잃어버린 나의 순수, 그리운 마음 하나가 천천히 돌아왔다.


햇살이 길게 눕기 시작한 오후, 사람들은 잔디밭으로 나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누구는 웃고, 누구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켰다.
이곳에서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냥 살아 있음이 감사하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해질 무렵, 산그늘이 길게 내려앉을 때 나는 노트를 덮었다.
오늘 하루는 배움이 아니라 회복이었다.
글을 쓰러 왔지만, 결국은 내 마음을 다시 쓰고 있었다.

깊은 산속 옹달샘.
그곳은 물소리처럼 조용하지만, 그 고요함이 내 안의 목소리를 깨우는 곳이었다.
세상에 돌아가도 나는 이 고요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삶이 복잡해질 때마다 다시 마음속 옹달샘으로 돌아와, 조용히 물 한 모금 마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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