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라는 단어에 홀린 나의 2박 3일
친구들 단톡방에 링크를 올렸다. "야, 이거 공짜래! 2박 3일 독서캠프!" 반응은 시큰둥했다.
금토일에 시간 낼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러다 한 친구가 물었다.
"어? 근데 이거 젠지세대 대상 아님?"
또 다른 친구가 거들었다. "현주님도 젠지?? 이혼하고 가야 하나요? ㅋㅋㅋ"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무료숙박만 눈에 들어와서 무조건 신청한 건데..."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 사람인데
나는 변명처럼 덧붙였다. "현주님 알맹이는 젠지입니다!"
금요일 아침 9시 30분 집합이었다. 10시 출발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30분을 기다리는 게 지루했다.
성질이 급한 편이라 더 그랬다. 하지만 경기도가 넓어서 그런가 보다.
남양주에서 오신 분은 아침 6시에 집을 나왔다고 했다.
지하철을 잘못 타서 따로 오겠다는 분도 계셨다. 결국 우리는 9시 55분에 출발했다.
버스 안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봤다.
한 분이 캐리어에 다리를 올리고 책을 펼쳐 읽고 계셨다.
진정한 독서광의 자세였다.
캠프에 도착해서 알게 됐다.
젊은 세대는 거의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무료라는 게 오히려 의심스러웠나 보다.
그래서 시간 많고 여유로우신 40대 이상 분들이 많이 왔다. 젠지 없는 젠지 캠프가 된 셈이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좋았다.
캠프 중 '보물찾기' 시간이 있었다.
자기가 재능기부로 할 수 있는 것을 적는 시간이었다.
연륜이 있는 분들이 참여해서 그런지 정말 다양한 재능들이 나왔다.
책 읽어주기를 적으신 분은 손주들에게 읽어주던 실력이라고 했다.
미술관 투어를 제안하신 분은 10년 경력의 도슨트였다.
인테리어 조언, 정리정돈 노하우, 자동차 구입 요령을 적으신 분들도 있었다.
특히 '경청해 주기'라는 재능이 인상 깊었다. "그냥 들어드립니다. 판단 없이"라는 설명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젠지 세대보다 더 다채로운 경험과 지혜가 여기 있었다.
명상 시간도 있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했다.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고요해졌다.
싱잉볼 체험도 했다. '뎅~~~~~~~~~~' 울림이 몸속 깊이 퍼지는 순간, 스트레스가 소리와 함께 흘러나가는 느낌이었다. 옆 사람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게 ASMR보다 낫네..." 다들 피식 웃었다.
매일 아침 10분씩 독서 시간이 있었다. 각자 좋아하는 책을 펼치는 시간이었다.
책장 넘기는 소리만 있었다. 누군가는 소설을, 누군가는 에세이를, 누군가는 자기 계발서를 읽었다. 말없이 책에 빠진 60명의 모습이 묘하게 평화로웠다.
남편은 금요일 저녁에 일을 마치고 합류했다. 함께한 2박 3일이 더 특별해졌다. "당신도 젠지야?" 남편이 물었다. "알맹이는 젠지지 뭐." 우리는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식사 시간이 제일 즐거웠다.
자연식으로 싱싱하고 맛있게 나왔다.
다른 프로그램보다 식사 시간이 제일 기다려졌다.
독서 캠프보다 미식 캠프 같았다.
마지막 날 저녁이었다. 창밖으로 충주 깊은 산속 용달샘이 보였다. 별빛 아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내년에도 올 거예요?" 누군가 물었다. "무료면 또 오죠!" 다들 웃었지만 진심이었다.
2박 3일간 멋진 분들과 힐링하고 왔다. 책도 읽고, 명상도 하고, 재능도 나누고, 싱잉볼도 체험했다.
독서로 모인 팀이라 그런지 다들 유식해 보였다
진정한 힐링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리고 밥. 밥이 정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