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or 바다 어느 쪽?

돈 내고 빠른 케이블카 아님 걸으면서 천천히 경치 볼까?


1부: 케이블카 인생론


Maggie는 나의 원어민 선생님이자 고민을 영어로 털어놓을 수 있는 편한 친구다.

자전거 타기라는 공통 취미로 우리는 동네 곳곳을 함께 탐험했고, 오산천 길을 처음 알려준 것도 그녀였다. 코스트코에 갈 때마다 "같이 가자"라고 먼저 제안해 주는 고마운 친구이기도 하다.

그런 Maggie가 요즘 부쩍 바빠 보였다. 국제학교 시니어인 아들의 프롬 파티를 위해 17세 여자친구가 저 멀리 미국에서 한국까지 날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2면 입시 때문에 3주 동안의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인데, 그녀는 단지 파티를 위해 태평양을 건너온 것이다.

민속촌, 에버랜드, 이태원, 박물관... Maggie는 그녀에게 한국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들이 학교 졸업여행으로 속초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모임에 여자친구를 데려왔다

"우리나라의 큰 장점은 3시간이면 산도 바다도 다 갈 수 있어." 그 한마디에 아름다운 한국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통했는지, 써니가 운전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우리는 번개처럼 다음날 아침 동해안으로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여행 계획은 그리 순조롭지 않았다. 차는 5인승인데 한 자리가 비어있어 써니의 남편이 운전해 준다고 했다가, Maggie가 집에 올 때 아들도 태워야 한다고 해서 내가 빠진다고 했다. 혼자서 왕복 6시간 넘는 거리를 감당해야 하는 써니를 배려해서였다. 그러다가 Maggie 남편의 7인승 차로 가자고 했다가, 써니 남편이 남의 차 운전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해서 결국 빠지고... 이래저래 왔다 갔다 하다 결국 여자 4명이 출발했다.

속초숙소에서 아들을 태우고 우리는 울산바위로 향했다. 울산바위 유래도 설명해 주고 분위기를 띄워봤지만, 전날 밤을 새워 논 아들은 무척 피곤해 보였다. 여자친구 손을 잡으며 차에서 눈을 비벼댔다.


"나 고소공포증 있어." 케이블카 앞에서 Maggie가 발끝만 바라보며 망설였다. "코스 짧아. 금방이야." 우리가 다독이며 용기를 북돋워주자, 그녀는 결국 케이블카에 몸을 맡겼다.

출발. 서서히 떠오르는 풍경. 발밑으로 작아지는 나무들, 저 멀리 보이는 바다. "우와, 저기 동해야." 그녀가 감탄했다. 그때 순진한 17세 미국 소녀가 한마디를 던졌다. "Is that the Japanese Sea?"

잠시 정적이 흘렀다. 조용히 Maggie가 말했다. "No, it's the East Sea." 짧지만 단호한 정정이었다. 우리 국력이 아직도 약하구나! K-pop보다, K-drama보다 이 단어부터 빨리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 순간,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케이블카는 인생 같다.

아래쪽에서는 누군가 아등바등 바위길을 오르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는 돈으로 시간을 사서 케이블카를 타고 편안하게 정상에 도착했다.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와, 힘들겠다"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질투가 났다. '힘들게 일하지 않고 돈만 있으면 편하게 정상까지 올려주는구나.'

그렇지만 진짜 중요한 건, 올라간 방식이 아니라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느냐는 것이다.


Maggie는 케이블카에서 내려 절경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고소공포증을 이겨낸 그녀의 얼굴엔 뿌듯함이 스며있었다. 피곤해하던 아들도 여자친구와 함께 전망대에서 셀카를 찍으며 웃고 있었다.

인생이 케이블카 같다면, 조금은 두렵고 불공평해도 우리가 오를 수 있는 정상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날, Maggie의 고소공포증도 한국의 '동해'도 그리고 17세 소녀의 순수한 질문도 모두 우리 인생의 작은 챕터로 남았다.


2부: 파도 앞에서 만난 동서양의 같은 마음


30분 운전 후, 우리는 전혀 다른 풍경 앞에 서 있었다.

Surfyy Beach. 입구부터 이국적인 풍경에 마음이 들떴다. "여기가 진짜 한국 맞아?" 모래, 야자수, 음악... 밤이면 초콜릿 복근의 남자들과 섹시한 여인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밤엔 미성년자 출입금지야" 누군가 농담처럼 말했지만, 지금은 대낮. 우리에겐 아이들과 함께한 여름의 한 장면이었다.

한국 엄마들은 그늘진 의자에 자리를 잡고 칵테일 한 잔에 입을 축이며 아이들을 지켜봤다. Maggie는 카메라를 손에 쥔 채 모래사장 위를 바삐 오갔다. 그녀의 눈엔 파도보다도 물장구치는 아들의 모습이 더 소중했다. "Look at him!" 사진마다 아들의 웃음을 담으려 애쓰는 모습은 한국 엄마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 순간 나는 깨달았다. 설악산 케이블카에서 느꼈던 그 평행선이 여기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Maggie의 아들과 내 딸은 같은 학년이다. 하지만 내 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능을 위해 잠과 싸우며 모의고사 준비에 바쁜 수험생이다. 반면 그녀의 아들은 이미 미국 대학이 정해져 있어서 프롬 파티와 졸업여행을 즐기며 인생의 황금기를 만끽하고 있다.

비록 Maggie의 아들은 입시 지옥과는 거리가 먼 국제학교 학생이고, 프롬을 위해 여자친구가 한국까지 올 만큼 삶의 리듬이 여유로워 보였지만, 아이를 향한 그녀의 시선에는 언제나 같은 걱정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

한쪽에선 한국 수험생 딸이 잠과 싸우며 모의고사 준비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다른 한쪽에선 미국 학생이 졸업여행과 파티로 인생의 계절을 즐기고 있지만, 부모의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아이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 이 여름이, 이 파도가, 이 햇살이 아이의 인생에 따뜻한 페이지로 남길 바라는 간절함.

문화는 달라도 입시 제도는 달라도 사랑의 온도는 같았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평행선을 발견했다. 우리가 케이블카에서 걸어 올라간 사람들을 바라봤던 그 시선과 닮아있는 것이 있었다. 한국 엄마들이 Maggie를 바라보는 눈빛 말이다. "저 아이는 참 여유롭게 크구나." "우리 아이도 저렇게 자유롭게 키우고 싶다."


하지만 Maggie 역시 한국 엄마들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한국 아이들은 정말 예의 바르고 똑똑해." "우리 아이도 저렇게 성실했으면 좋겠어."


케이블카에서처럼, 여기서도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도착하고 싶은 곳은 같았다. 아이의 행복.


Maggie는 말했다. "사진 속엔 시간이 멈춰 있잖아." 그래서 그녀는 지금도 렌즈를 통해 아들의 시간을 붙잡고 있다. 그리고 우리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의 시간을 응원하고 있었다.

파도가 밀려왔다 빠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설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와 지금 아이들이 뛰어노는 이 바다가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듯이,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연결되어 있구나.


에필로그: 번개가 남긴 것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나는 종종 그 번개 같던 여행을 떠올린다.

계획은 엉망이었다. 차 문제로 이래저래 왔다 갔다 하며 사람이 빠지고 들어가고. 하지만 결국 우리는 떠났고, 도착했고, 함께 웃었다. 케이블카 안에서 "Japanese Sea"라고 물었던 17세 소녀는 지금쯤 미국으로 돌아가 친구들에게 "East Sea"라고 말하고 있을까. 그리고 Maggie는 아직도 그때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아들의 웃음소리를 되새기고 있을까.


두 곳의 여행에서 나는 하나의 진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케이블카를 타고 다른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같은 마음으로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오산천을 자전거로 함께 달리며 나눈 이야기들, 코스트코에서 함께 고민한 장보기, 그리고 이번 벙개 여행까지. Maggie와 나누는 모든 순간들이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우리는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문화에서 살지만, 마음만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

설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그 높이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 오르기까지의 우여곡절을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변에서의 시간이 특별했던 이유는 파도나 모래 때문이 아니라,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이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든 등산로든, 한국식 교육이든 미국식 교육이든, 중요한 건 방식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국경을 넘나들며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해변에서 아이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같은 사랑으로, 같은 희망으로.

퀴즈:SURFYYBEACH이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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