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시작된 예술의 발견

미술관에서 친구 만나기


말레이시아에서 잠깐 돌아온 친구를 만나기로 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동탄의 맛있는 식당을 찾는 것만 생각했다.

영어 스터디 모임으로 시작된 인연이 3명을 한데 묶었고, 우리는 그저 맛있는 밥과 수다를 나누는 평범한 모임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우리의 발걸음은 식당 대신 리움미술관으로 향했다.

그 친구가

"미술관이라는 선택지에 처음엔 약간 어색했다.

친구들에게 미술관 간다고 했더니 "웬 미술관?"이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맛있는 것 먹으며 수다만 하는 모임 분류가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리움의 입구에 섰다.

무료 티켓에서 시작된 특별한 만남

난 제일 먼저 도착했다.

여유로운 30분 동안 페이스 갤러리에 들어가 김환기 작품을 감상했다.

그리고 리움으로 향했다.

내가 먼저 도착해 무료 티켓 3장과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다.

그런데 언니가 리움 멤버십 카드를 꺼냈다.

무료 티켓을 유료 티켓으로 업그레이드했고,

우리는 특별한 전시회를 맞닥뜨렸다. 바로 이불 작가의 개인전이었다.


이불, 그 이름처럼 특이한 작가

이불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을 땐 낯설다.

하지만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그 이름처럼, 그녀의 작품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뉴욕 현대미술관, 도쿄 모리 미술관 등 세계 미술관이 먼저 찾는 작가다.

조각과 설치, 행위예술을 넘나들며 우리 사회의 고민과 사색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동시대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다.

매일 잘 때마다 덮는 이불처럼 누구나 알지만, 그녀의 작품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두운 방공호에서 시작된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박정희 대통령, 박종철 열사 사건, 남북 관계까지

—한국 현대사의 아픔들을 마주하게 한다.

검은 잉크가 번진 천지 위에 별처럼 빛나는 조각들이 어우러진 아름답고도 기괴한 풍경.

바닥은 검고, 천장에는 뭔가 달려 있어서 우리는 세심하게 모든 것을 살펴봐야 한다.


전시장을 거닐며 깨닫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검게 빛나는 '태양의 도시'가 우리를 맞았다.

시간을 가로지른 작가의 대표작들이 서로 부딪히고 어우러지고 있었다.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과 실패의 흔적을 동시에 추적한 '몽그랑레시'를 중심으로, 심리학 책의 문구들로 외벽을 채운 미로의 거울 방까지.

작품 곳곳에는 역사와 기억, 건축과 철학에 대한 그녀의 통찰이 숨 막히게 녹아 있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철거된 감시초소의 폐자재가 4m 철탑으로 부활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설치 미술이 아니라, 역사의 순간을 놓칠 수 없다는 예술가의 절박한 외침이었다.

17m에 펼쳐진 구상도와 작은 모형들은 마치 우리를 작가의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외벽을 장식했던 조각 작품도 서울을 찾아왔다.


특별한 하루, 그리고 연결되는 마음

전시를 다 보고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카페에 앉아 우리가 본 것들을 나누며 이야기했다.

집에 와 이불에 대해 알아보니 정말 멋있는 여성이었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나보다 10살 많은 이 작가는 자신의 불만족감을 다음 작업의 원동력으로 삼는 진정한 예술가였다.

리움 멤버십 카드 덕분에 우리는 무료로 이 귀한 전시까지 볼 수 있었다.

평범해 보였던 모임이 예술을 통해 특별해지는 순간.

그것이 바로 이 날의 선물이었다.

동탄의 맛있는 식당은 결국 찾지 못했지만, 우리는 훨씬 더 풍요로운 것을 만났다.

작가의 이전글낯선 영국 남자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