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라는 이름의 인생


오늘 하루가 꽤 긴 여정이었다.

새벽 6시 줌 독서 모임부터 시작해서, 수원시립미술관, 만두집, 그리고 금난새 지휘의 성남시립교향악단까지.

이 모든 순간들이 하나의 진리를 속삭이고 있었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오직 호불호만 있을 뿐."


만두집에서의 한 장면이 묘하게 웃기면서도 철학적이었다.

친구의 강력 추천 맛집에 "11시에 가서 줄 서야 한다!"는 말을 믿고

미술관을 서둘러 나왔다. 11시 정각에 도착했는데 오픈시간은 11시 30분

우리가 첫 손님.

아니, 우리가 너무 일찍 온 건가, 아니면 그 친구가 과장한 건가.

어쨌든 추운 날씨에 감동한 사장님이 "들어오세요" 하셔서 따뜻하게 앉았다.

유명하다는 그 만두를 주문했고, 드디어 한 입.

우리 테이블 친구: "별로인데? 이 향신료 뭐야. 그냥 개운한 김치만두가 그립다."

뒤 테이블 친구: "미쳤다, 이거! 다음에 또 오고 싶어!"

같은 접시, 같은 만두, 같은 시간, 같은 온도. 그런데 반응은 정반대.


아바타영화도 그랬다.

나는 솔직히 몇 번을 졸았다.

눈 떴는데도 여전히 싸우고 있고, 물속에서 뭔가 하고 있고... "2탄을 안 봐서 그런가?" 스스로를 의심했다. 크리스마스 오전을 조조 영화로 다 써버린 게 아깝기까지 했다.

그런데 오늘 만난 친구는 "아바타 진짜 재밌었어!"라고 했다.


아, 또 호불호구나.


금난새의 성남시립교향악단 공연은 더 극명했다.

시작 20분 전부터 이미 졸음이 쏟아졌다.

새벽부터 이어진 일정 탓이었다.

'과연 오늘은 안 졸고 무사히 즐길 수 있을까...'


1부가 끝나자 나이 드신 분 한 분이 일어나셨다.

"재미없네." 그렇게 퇴장.

앞줄 초등학생은 몸이 기우뚱기우뚱. 나랑 비슷한 상태.

그런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환호했다.

해설까지 곁들인 금난새의 진행은 역시 이유가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클래식에 관심 없었던 내가 이제는 라보엠도 알고,

아는 곡이 나올 때마다 지루하지 않게 되었다는 게 신기했다.

물론 비싼 돈 주고는 못 올 것 같다.

오픈 기념 천 원 공연이라 가능했던 경험이다.


호불호는 틀림이 아니다.

만두도, 아바타도, 클래식도.

누군가에겐 최고고, 누군가에겐 별로다.


그래서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선택한 길이 누군가에겐 "와, 대단해!"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왜 저렇게 살아?"일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순간 무엇을 느꼈는가.

오늘 나는 만두집에서 친구들의 극명한 반응 차이를 보며 웃었고, 아바타에서 졸았지만 친구는 재밌어했고, 클래식에서 누군가는 나갔지만 나는 끝까지 앉아 있었다.

그게 내 하루였고, 그게 내 인생이다.

호불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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