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은 숫자에 불과해

주식과 알바


겨울이 깊어가면서 산길이 한적해졌다.

매일 산을 오르던 친구들의 발걸음이 뜸해졌고, 누군가는 조용히 떠났다.

대학 가는 길에 누군가와 비교당하기 싫다고 말하며.

그렇게 사람들은 흩어진다.

나는 먼저 떠났다.

시간이 안 되니까. 바빠서.

하지만 그곳은 핫한 모임이었다.

커피 쿠폰을 나눠주고, 물통을 선물로 주고, 등산 인증숏으로 친목을 띄우던 곳.

아침에 등산하고 점심에 커피까지 마시며 재수 정보와 학원 정보를 나누던 모임.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자퇴했다.

그 모임에서 만난 친구가 있다.

동갑이고, 허물이 없는 친구.

오랜만에 만났는데 달라져 있었다.

"요즘 주식에 빠졌어."

아침 8시부터 주식 창을 본다고.

등산은 이제 안 간다고.

주식 계좌를 공개할 정도로 솔직한 친구였다.

나는 몇 년 전부터 파란불이다.

주식은 재미없다.

하지만 요즘 호황이라고

나처럼 파란불인 사람이 있다니! 이상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번다는데, 나만 진다. 그 느낌.

처음엔 몇만 원이 떨어질 때마다 벌벌 떨었다. 몇십만 원, 몇천만 원이 사라졌다.

차 한 대 값이 마이너스가 되었다.

이제야 숫자 하나가 줄었다.

코로나 전만 해도 주식은 놀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주식 얘기를 못 하면 왕따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샀다. 삼성, 84천 원에. 49천 원까지 내려갔을 때는 더 못 샀다.

이제 15만 전자를 앞두고 있으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

또 다른 친구는 다르게 살고 있었다.

빵집에서 마감조 알바를 하는 친구 얘기.

남는 빵을 가져가는 직원들 이야기에 솔깃

그리고 같은 아파트에서 등원시키는 알바 제의.

소소하지만 정직한 소식들.

그 친구가 계좌로 돈을 벌어보라고 권했다.

타이거 500 ETF 같은 것들.

등산을 하면서 귀동냥으로 주식 공부를 했다.

3년 전엔 ISA 계좌까지 만들어두고 사용법을 몰라서 방치했다.

만기가 되었다.

다시 새로 만들었다.

새 계좌에는 빨강불만 들어온다.

친구를 따라 주식을 샀다.

1개에서 3개. 몇천 원 정도의 이익이 들어왔다.

그리고 밤이 되었다.

낮에 샀던 주식이 떨어진다는 연락이 왔다.

외국인들이 매도한다고.

팔라고.

아침에 일이 있었다. 예약을 걸어두었다. 그런데 아침 7시 30분 이후로는 취소가 안 됐다.

친구는 20만 원을 벌었다.

지난번엔 하이닉스로 몇백을 벌었다고 했다.

주식으로 돈을 버니, 이제야 이해가 됐다. 알바자리가 나와도 안 하는 이유.

실속 있는 능력자. 그것이 친구였다.

오늘도 나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새로운 수업을 들으러 간다.

주식으로 돈을 버는 친구와 알바로 돈을 벌어야 하는 나.

같은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 같다.

산에서 만난 그 친구는 이제 다른 산을 오르고 있는 것 같다.

주식의 산.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그곳.

나는 여전히 평탄하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어딘가로는 가고 있다. 천천히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