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용소방대

가정방문기

따뜻한 손길이 세상을 밝히다

의용소방대 활동을 시작한 그날, 나는 예상치 못한 선물들을 받았다.

그것은 물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미소였다.

첫 번째 방문지는 북광장 오피스텔이었다.

보라색으로 곱게 염색한 머리, 환한 표정, 그리고 성실함이 묻어나는 인사.

문을 열어주신 그분은 마치 오래 기다리던 손님을 맞이하는 듯 반갑게 맞아주셨다.

음료수까지 챙겨주시며 화재예방, 대피요령, 소화기 사용법 하나하나를 귀 기울여 들으셨다.

틀렸던 소화기 유통기간을 바로잡아드리고, 천장에 감지기를 설치해 드릴 때도 그 따뜻함은 변하지 않았다. 추운데도 승강기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주신 그 인사.

그 미소가 봉사의 기쁨을 몇 배로 만들어주었다.

다음 집을 향해 네비를 켰을 때 전화가 울렸다.

다음 집 설치할 감지기를 빠뜨렸다며 걱정해 주신 목소리.

다시 방문했을 때도 그분은 또 한 번 환하게 맞아주셨다.

이미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저 천사 같은 미소로 사람들을 대하면서.


두 번째 집은 다르게 느껴졌다.

4층 높이의 집, 천장 높은 거실, 화려한 조명.

독거노인이신데 자식분이 미국에 계시고,

다섯 개의 방 중 절반만 쓰고 계신다고 했다.

큰 집, 외로운 집.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주민자치 분은 진짜 봉사가 뭔지 보여주셨다.

후드를 분리해 세척해서 달아주시고, 직접 청소도구를 가져와서 묵은 때를 벗겨내셨다.

7년 동안 이일을 하셨다고 들었을 때. 그 숫자가 가슴에 와닿았다.

동사무소에 바로 달려가 그분을 상의 후보로 올려달라고 청했다.

돈으로 하는 기부도 소중하지만, 몸으로 직접 더러운 곳을 닦고, 손으로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그 마음.

그것이 진정한 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몰라도, 누군가는 조용히 손을 거두고 있었다.

언론에 나지 않아도, 인정받지 못해도 자기 소신 하나로 이웃을 챙기는 사람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나는 그들을 만났다.

돈도 중요하지만, 결국 세상을 밝히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손이라는 걸 알았다.

추운 날씨에 그 어떤 보상도 기대하지 않고 누군가의 집을 찾아가는 그 발걸음,

그리고 그 발걸음을 환하게 맞아주는 그 손길 말이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세상이 나를 못 봐도, 누군가의 삶을 조용히 밝혀주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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