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깃밥 천 원

아니 2천 원

사라진 한 공기의 온기

예전에는 그랬다.
찌개 하나 시키면 말없이 따라 나오던 공깃밥 한 그릇.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밥알은 그릇 가장자리까지 봉긋했다.
누가 달라고 하지 않아도,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밥은 배를 채우는 것 이전에, 사람대접의 최소한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그날도 나는 늘 가던 동네 식당 문을 밀고 들어갔다.
메뉴판은 그대로였지만, 어딘가 낯설었다.
찌개 가격은 올랐고, 메뉴판 한쪽 구석에 작은 글씨가 추가돼 있었다.

공깃밥 1,000원.

잠시 멈칫했다.
‘아, 이제 유료구나.’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쌀값도 올랐고, 가스비도 올랐고, 사람 쓰는 비용은 더 말할 것도 없으니까.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어느새 그 문구는 이렇게 바뀌어 있었다.

공깃밥 2,000원.

숫자는 겨우 1,000원이 올랐을 뿐인데,
마음속에서는 뭔가가 크게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밥값이 아니라, 인심이 떨어진 것 같았다.

밥 한 공기를 추가할지 말지 잠시 고민했다.
배는 아직 덜 찼지만, 괜히 돈이 아까웠다.
예전 같으면 “밥 좀 더 주세요” 하고 웃으며 말했을 텐데,
이제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람이 된 내 모습이 낯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말이 없었다.
밥을 남기는 사람, 반찬으로 허기를 달래는 사람.
누군가는 공깃밥을 추가하고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밥 한 공기가 눈치를 보게 만드는 세상이 된 것이다.

사장님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도 버티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안다.
문제는 이 사회였다.
모든 게 오르는데, 마음만 제자리에 남아 있는 사회.

예전에는 밥을 더 퍼주는 게 손해가 아니었다.
“많이 먹고 힘내라”는 말 한마디가 자연스럽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 말조차 비용으로 환산되는 시대가 되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잃어버린 건 밥값 1,000원이 아니라,
서로에게 조금 더 넉넉하던 마음 아닐까.

공깃밥은 작아졌고, 가격은 올랐고,
사람 사이의 온도는 그보다 더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밥 한 공기를 놓고 마음과 현실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계산이 당연해진 세상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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