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나가르 참 사원에서 만난 천 년의 숨결

참파왕국이 세운 흰두교 사원

나트랑의 시간 여행자

아침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나트랑의 거리를 벗어나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가며 까이강을 건넜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베트남의 일상 풍경들—오토바이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과일 행상,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쌀국수를 후루룩 먹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어느새 언덕 아래에 도착했다.

"포나가르! 포나가르!"

천 년을 견딘 돌계단

언덕 아래에서 올려다본 사원의 첫인상은 압도적이었다.

가파른 돌계단이 마치 하늘로 이어지는 사다리처럼 보였다.

이 계단을 몇 백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랐을까.

참파 왕국의 왕들, 풍요를 기원하던 농부들, 아이를 낳기를 바라던 여인들... 그들의 발자국이 돌에 새겨진 듯 매끄럽게 닳아 있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베트남의 태양은 정말 용서가 없다.

하지만 계단 중간쯤 뒤를 돌아보는 순간, 모든 불평이 감탄으로 바뀌었다.

눈앞에 펼쳐진 나트랑 시내와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섬들.

참파 사람들은 왜 이 자리를 택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신을 모시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장소가 있을까.


붉은 벽돌 탑 앞에서

정상에 오르자 네 개의 탑이 위엄 있게 서 있었다.

천 년도 더 된 붉은 벽돌이 오후의 햇빛을 받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빛났다.

가장 높은 중앙 탑 앞에 서니 23미터라는 높이가 실감났다.

현대의 빌딩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7세기에 이런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탑의 벽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세밀하게 조각된 문양들—춤추는 압사라(천상의 무희), 상서로운 짐승들, 기하학적 패턴들—이 세월의 풍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생했다.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벽돌을 쓰다듬어 봤다.

거칠면서도 따뜻한 질감이 손끝에 전해졌다.

이 벽돌 하나하나를 쌓았을 장인들의 땀과 정성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살아있는 신앙

탑 안으로 들어가자 향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두운 내부에는 검은색의 포나가르 여신상이 앉아 있었다.

여신은 십 개의 팔을 가지고 있었고, 각각의 손에는 다양한 상징물들을 들고 있었다.

힌두교의 신들이 대개 그렇듯, 복잡하면서도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여신상 앞에는 과일과 꽃, 향이 가득했고, 몇몇 베트남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한 할머니는 향을 피우며 무언가를 속삭이듯 기도했고, 젊은 여성은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천 년이 지났지만 이 신앙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참파 왕국은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포나가르 여신은 여전히 이곳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었다.

나도 모르게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무엇을 빌었는지는 비밀이다.


바람과 역사가 만나는 곳

탑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사원 경내 곳곳에는 망가진 벽돌 조각들과 석상의 파편들이 놓여 있었다.

전쟁과 약탈, 그리고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흔적들이었다.

원래 열 개가 넘었다는 탑들은 이제 네 개만 남았다.

역사의 잔혹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경이로움도 느꼈다.

그 모든 것을 견디고도 여전히 서 있는 이 네 개의 탑.

폭격에도, 약탈에도, 천 년의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은 이 붉은 벽돌들.

참파 장인들이 만든 이 건축물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라 인간의 신앙과 예술, 그리고 끈기의 증거였다.

언덕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까이강 너머로 나트랑의 고층 빌딩들이 보였다.

현대와 고대가 공존하는 풍경.

천 년 전 이 자리에 섰던 참파 사람들도 이런 바람을 맞았을까.

그들도 이 풍경을 보며 무언가를 기원했을까.


내려가는 길

돌아가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다시 한번 뒤를 돌아봤다.

붉은 탑들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서 있었다.

포나가르 참 사원.

이곳은 단순히 '인스타그램 명소'나 '관광 체크리스트의 한 항목'이 아니었다.

이곳은 시간과 신앙, 그리고 인간의 의지가 만나는 장소였다.


창밖으로 다시 나트랑의 일상이 흘러갔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붉은 벽돌 탑과 향 냄새, 그리고 천 년을 이어온 기도의 울림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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