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는 분명 해변가에서 지프차인데
"베트남의 하와이로 불리는 무이네!"
여행 팸플릿의 화려한 문구를 믿고 우리는 3시간 30분을 차에 흔들렸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보며 '과연 어떤 이국적인 천국이 기다리고 있을까' 상상했다.
그리고 도착한 무이네.
첫 코스는 '지프투어 포함!'이라는 설렘 가득한 문구와 함께 시작됐다.
지프투어의 배신
팸플릿 사진 속 지프차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모래사장을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당연히 나도 머리를 휘날리며 해변을 질주할 줄 알았다. 모래사장을 달릴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냥... 일반 도로였다.
아스팔트 위만 달리는 노랑, 핑크, 민트색 지프차들.
알고 보니 이건 해변과 사막을 타는 지프차가 아니고 그냥 일반 도로용 지프였다.
포토존. 순전히 인스타용. 뒤로 아련하게 보이는 해변가가 전부였다.
한 명이 올라가자 지프차가 흔들렸다.
하지만 다들 포즈에 진심이었다. 사진은 예쁘게 나왔으니 됐다고 위로해 본다.
흰모래 사구, 걷기 대회의 시작
다음은 무이네의 하이라이트, 흰모래 사구!
'드디어 사막이다! 지프로 모래 언덕을 신나게 달리겠지?'
...라고 생각했던 나는 너무 순진했다.
"지프로 가시려면 추가 요금이에요."
뭐?
결국 우리는 맨발로 걸었다.
뜨거운 모래를 밟으며 15분을 허덕이며 올라갔다.
아빠는 입구에서 "난 모래사막 안 간다"며 단호하게 거부하셨다.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정상에 도착해 오아시스를 봤다.
'오, 이게 그 오아시스구나...'
10초 감상. 사진 찍고 바로 하산.
호주 사막이 그립다.
레드샌드와 비닐 썰매의 추억
"서둘러야 해요! 석양이 예쁜 곳이에요!"
가이드의 재촉에 우리는 다음 코스인 레드샌드로 이동했다.
'붉은 모래 언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래가 정말 붉게 물들어 있었다.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건 석양 때문이었다.
그래도 사막 썰매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주에서 타봤던 그 짜릿한 스피드를 기대하며 설렜다.
도착.
"..."
규모가... 놀이터 미끄럼틀급이었다.
호주에서는 서핑보드 같은 단단한 나무판자에 배를 깔고 긴 코스를 질주했었다.
올라오기도 힘들 정도로 길었고, 내려올 때는 진짜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손잡이만 달린 얇은 비닐.
마치 길가에 세워진 간판을 뜯어온 것 같은 비주얼.
코스도 짧아서 '이제 시작인가?' 싶으면 끝났다.
그래도 2번 탔다.
아니, 2번은 타야 본전인 것 같아서.
제목은 거창했지만
"베트남의 하와이", "이국적인 풍경", "사막 지프 투어"
제목만 보면 엄청난 어드벤처가 펼쳐질 것 같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포토존 + 맨발 등산 + 놀이터 썰매.
전형적인 동남아 관광 상품의 현실이었다.
그래도 웃으며 사진은 찍었다. 나중에 보면 추억이겠지.
'그때 우리 속았었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