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의무

마지막 날, 또 하나의 ‘의무 쇼핑센터’에 들렀다.
이번엔 침향을 판다는 곳이었다.

미성년자들은 현지 가이드가 봐준다며 따로 두고, 어른들만 판매장으로 안내됐다. 막내가 장난꾸러기라 남동생과 차에 남아 있었는데, 잠시 뒤 에어컨을 껐다며 결국 다 올라오게 했다. 선택지는 없었다. 모두가 침향 판매실로 들어갔다.

뭔 약을 파는데

만병통치약이라 하고 맞는 말도 없고

개그맨이 운영한다는 곳이라며 신뢰를 강조했다.
혈관을 뚫어준다는 설명, TV 건강 프로그램 영상, 혈관을 비추는 램프까지. 나이 드신 분들의 혈관이 막혀 보이는 장면을 보여주고, 스티로폼에 약을 떨어뜨려 녹는 모습까지 시연했다.

스티놈폼이 녹는 용매를 이용한 트릿을 보여 주며 현관에 있는 기름을 녹여 준다고 했다

한 시간 내내 이어진 설명 끝에, “손님은 딱 보면 산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 팀은 ‘안 살 팀’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관심 있는 사람만 가격을 알려주겠다더니, 물어본 팀에 제시한 가격은 백만 원. 결국 아무도 지갑을 열지 않았다.

다음은 커피 쇼핑센터.
위즐 커피, 소금 커피, 커피 스크럽, 연꽃 화장품, 탈모 샴푸까지 묶어서 100달러 세트. 청소년 남자아이 정수리 냄새를 맡아보더니 샴푸를 권했다. 하나에 7만 5천 원, 두 개에 15만 원.
할아버지가 손자를 위해 지갑을 열려는 순간, 나는 말렸다.
“커피집에서 왜 샴푸를 사요.”

다른 팀은 커피를 샀다.
예전 같았으면 우리도 뭔가 샀을 것이다. 쇼핑센터만 들르면 쉽게 지갑을 여셨으니까. 하지만 전에 샀던 커피 도구들은 집에서 먼지만 쌓여 있다. 결국 손에 익은 맥심만 드신다.

패키지여행의 단점은 여기에 있다.
여행을 즐기러 갔는데, 시간은 관광보다 쇼핑에 더 쓰이고, 원하지 않는 설명을 듣느라 체력과 기분이 빠진다.
‘의무’라는 이름 아래, 선택권은 점점 줄어든다.


의무 쇼핑센터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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