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지연으로 인해

공항에서 여행기 쓰기

롯데마트에서 허겁지겁 쇼핑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려는데, 마트 앞에 차가 너무 많아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혹시라도 공항에 늦을까 봐 마음이 계속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공항에 거의 도착했을 때, 현지 가이드가 영어로 비행기가 연착된다고 알려주었다.
조금만 일찍 공지를 해줬다면, 롯데마트에서 그렇게 전투적으로 쇼핑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대한항공 KE468편, 냐짱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가
2월 9일 밤 11시 5분 출발에서
2월 10일 새벽 1시 5분으로, 두 시간 지연됐다.
항공기 점검 때문이라고 했다.

공항에 늦을까 봐 서둘러 왔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니 허탈했다.

어르신 세 분은 VIP 라운지로 들어가셨다.
하지만 인천공항 라운지와는 다르게, 베트남 라운지는 별로라는 평이었다.

지연 보상으로 10달러 바우처를 준다고 해서 가봤다.
공항 내 여섯 군데 매장에서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샌드위치 하나가 6달러.
음료수까지 사려면 10달러로는 부족했다.
딱히 뭘 사기도 애매한 금액이었다.

쿠폰을 들고 매장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로 공항은 북적였다.
누군가는 과자를, 누군가는 음료수를 들고 나왔다.

그 모습을 보니 신혼여행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비행기가 지연돼 호텔 숙박 쿠폰을 받았고, 덕분에 서울 호텔에서 하루 더 묵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이곳 시간은 밤 11시가 훌쩍 넘었다.
몸은 무척 피곤하다.
베트남 항공도 아닌 대한항공이, 그것도 안전 점검 때문에 두 시간이나 지연되다니 조금은 의외다.

그래도 공항 와이파이가 잘 돼서 이렇게 여행 후기를 정리할 시간이 생긴 걸 보면,
이 또한 여행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해 본다.

열두 명이 받은 바우처를 모아보니 120달러.
꽤 큰돈 같지만, 막상 공항 매장 앞에 서니 고민이 시작됐다.

출발 전 저녁을 먹었고, 헤어지기 전에 베트남 샌드위치까지 하나씩 받아서 배는 전혀 고프지 않았다.
지금 뭘 먹자니 애매하고, 조금만 지나면 기내식이 나올 텐데 굳이 또 음식을 사기도 그렇다.

그런데 쿠폰은 꼭 써야 할 것 같고, 쓰자니 마땅한 게 없다.
샌드위치 하나에 6달러, 음료까지 더하면 금세 10달러를 넘는다.
쿠폰을 쥐고 매대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다 비슷한 표정이다.
“이걸로 뭘 사야 하지?”

우리도 매장을 몇 바퀴나 돌았다.
과자를 고르자니 부피가 크고, 음료를 사자니 다 마시지도 못할 것 같고, 샌드위치를 또 사자니 아까 받은 게 아직 속에 남아 있다.

결국 쿠폰은 ‘선물 교환권’이 아니라 ‘선택의 고민권’이 됐다.
120달러어치를 쥐고도, 아무도 시원하게 장바구니를 채우지 못했다.

올 때는 영화 세 편을 연달아 보니 비행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돌아갈 때는 밤비행기라, 아마 앉자마자 잠이 들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 이 공항에서의 두 시간이, 여행의 마지막 깨어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비행기 지연으로 받은 쿠폰 덕분에,
우리는 배도 부른 상태로 공항 매장을 빙글빙글 돌며
‘굳이 필요 없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행의 끝은 늘 이런 식이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하나쯤 생기고,
그 안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아마 몇 달 뒤엔
“그때 공항에서 쿠폰 들고 뭐 살지 고민했던 거 기억나?”
하며 웃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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