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랑에서 돌아온 날, 그리고 우리 가족

현실로의 귀환



2월 10일 새벽, 비행기는 예정보다 2시간이나 늦어졌다.

6시 5분에 도착해야 할 비행기가 8시가 넘어서야 인천공항에 내려앉았다.

남편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오전까지만 휴가를 내고 점심때는 회사로 복귀할 계획이었는데, 2시간의 지연은 그 모든 계획을 흔들어놓았다. 똥꼬가 타는 것처럼 남편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장기주차장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한참을 이동했다.

차를 몰고 인천에서 집으로 오는 길, 내비게이션에는 빨간 구간이 가득했다.

공항에서 새벽 한 시에 비행기를 타고, 비행기 안에서 겨우 눈을 붙이다가, 곧바로 출근해야 하는 남편의 모습이 참 안쓰러웠다.

아, 이제 진짜 휴가는 끝이구나. 현실로의 완전한 컴백이구나.

사실 나도 그날 2시와 4시에 모임이 있었다.

몰골도 말이 아니었고, 결국 2시 모임은 취소하고 한숨 자고 나서 4시 모임에만 겨우 나갔다.

집에 돌아오니 빨랫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같이 놀다 와서 나만 뒷정리하는 기분이네.'

그래도 5일간 밥을 안 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지. 이것이 바로 여행 후유증이다.


단톡방에 남겨진 온기

하지만 핸드폰을 열어 가족 단톡방을 보는 순간, 피곤함은 어느새 미소로 바뀌었다.

"이래서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한가족'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모두가 평생 못 잊을 '나트랑의 아름다운 추억'을 같이 공유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남편의 메시지가 가장 먼저 올라와 있었다.

태민이 가족, 멋쟁이 태건이와 외할머니, 세다동 가족 모두를 언급하며 무엇보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전했다.

"행복한 자리에 있는 저는 행복한 사람이었어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짧지만 진심 어린 메시지가 이어졌다.


남동생의 긴 메시지가 올라왔다.

"아무 탈 없이 잘 다녀온 것 감사합니다. 모두가 고생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동생은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며 감사를 표했다.

총괄책임을 맡으며 모두를 잘 이끌어주신 아버지,

다리가 아픈데도 내색하지 않고 즐겁게 함께해주신 어머니,

힘든 자리인데도 찬조까지 넉넉히 해주신 장모님.

그리고 함께한 매형, 누나, 세현, 다현, 동현, 며느리, 태민, 태건까지.

"짧은 3박 5일이었지만 모두 잘 도와줘서 즐거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고 덧붙였다.

"사진 필요한 거 다운받으신 분은 방에서 나가셔도 됩니다~~~ 다음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80잔치에서 시작된 나트랑 여행

이번 여행은 아빠의 80세 생신을 기념하는 특별한 선물이었다.

두 분이 평생을 일구어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이국의 하늘 아래서 함께 웃고 떠들고 추억을 만들었다.

태건이는 외할머니 손을 꼭 잡고 해변을 뛰어다녔을 것이고, 세현이, 다현이, 동현이는 형제자매처럼 물놀이를 즐겼을 것이다. 아버지는 가족들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을 테고, 어머니는 다리가 아픈 것도 잊은 채 손주들의 모습에 함박웃음을 지으셨을 것이다.


사랑은 뒷정리 속에 있다

빨래를 돌리면서 나는 생각했다.

여행의 진짜 모습은 화려한 사진 속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에 있는 것 같다고. 쌓인 빨랫감 속에, 지연된 비행기로 지친 남편의 얼굴에, 그럼에도 단톡방에 올라오는 따뜻한 감사의 메시지 속에.

"같이 놀다 와서 나만 뒷정리"라는 투정 섞인 생각도 잠시, 남편의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고마움을 전하는 그 마음.

80세가 되도록 이런 가족을 일구어오신 부모님의 사랑.

그 사랑 아래서 자란 우리들이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이 따뜻한 연결.


한 가족이라는 것

"이래서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한가족'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이 가슴에 남는다.

가족이란 단지 혈연으로 이어진 사람들이 아니다.

서로의 수고를 알아보고, 작은 배려에 감사하며, 불편함을 내색하지 않고, 함께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그것이 바로 가족이다.


공항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남편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처럼,

어머니는 다리가 아파도 내색하지 않으셨고, 사둔어른은 힘든 자리인데도 웃으며 함께하셨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조금씩 불편함을 감수했고, 그 작은 희생들이 모여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다음을 기다리며

빨래를 널며 미소를 짓는다.

5일간 밥을 안 한 것으로 만족해야지. 여행 후유증이 아니라, 이건 사랑의 증거다.

남편은 여행후 바로 차 타고 출근했고, 나는 집에서 뒷정리를 하지만, 우리는 모두 같은 추억을 품고 있다.

나트랑의 따뜻한 바다, 해변에서 뛰어놀던 아이들, 함께 둘러앉아 식사하던 긴 테이블, 부모님의 웃음, 가족들의 수다. 그 모든 것이 우리를 '한가족'으로 묶어준다.

"사진 필요한 거 다운받으신 분은 방에서 나가셔도 됩니다."

동생의 농담에 아무도 나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다음을 기대하고 있으니까.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또 어떤 추억을 만들까.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을 때, 우리가 모일 수 있을 때.

여행은 끝났지만, 사랑은 계속된다. 빨래더미 속에서도, 출근길 막힌 도로 위에서도, 단톡방의 하트 이모티콘 속에서도.

이것이 바로 가족이다. 아름다운 한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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