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여섯 시.
독서클럽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이다.
2월의 책으로 선정된 건 문형배 작가의 에세이 『호의에 대하여』.
사실 내가 추천한 책이 떨어지면서 선정된 책이라 처음엔 조금 서운했다.
거기다 첫째 주는 여행 때문에, 둘째 주는 설 연휴로 빠지고, 세 번째 주가 되어서야 겨우 책을 빌렸다.
그런데 묘한 압박감이 생겼다.
토요일에 저자 북토크를 예매해 둔 것이다.
책도 읽지 않고 가기엔 왠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부랴부랴 읽기 시작했다.
읽다 보니 독서클럽 진도보다 훨씬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갔다.
그날 모임은 패스하고 책의 절반쯤을 읽은 채로 북토크장으로 향했다.
경기도서관, 새로 생긴 곳이라고 했다.
강의실 문을 열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
넓은 공간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수많은 북토크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빈자리 없이 꽉 찬 모습은 처음이었다.
유명 인사까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블로그에 꾸준히 올린 글들이 모여 책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브런치에 글을 올려 책을 낸 기억이 겹쳐졌다.
그래, 꾸준히 쓰는 것. 그게 시작이다.
2025년 8월 1쇄 발행 후, 10월에 이미 28쇄. 숫자를 듣는 순간 솔직한 마음이 올라왔다.
역시 유명해져야 책도 팔리는구나.
만약 그가 그냥 평범한 이름 없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팔렸을까, 하는 현실적인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키가 크고 소탈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법조계 사람이라는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다.
장학금을 받으면서부터 돈 걱정이 사라졌다는 이야기, 귀한 인연이 귀한 기회로 이어진 이야기. 사람의 인맥이, 아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호의에 대하여』라는 제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질문 하나가 따라왔다.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름을 떠올리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토요독서회 회장님이었다.
북토크가 열릴 때마다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해주시고, 우리 집 앞까지 카풀을 해주시는 분.
글쓰기 동아리에 나를 소개해주신 분.
오늘 이 북토 크도 그분의 귀띔이 없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게다가 내 책까지 사주셨다.
이미 충분히 감사한 분인데, 오늘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감사함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작지만 뭔가 전하고 싶었다.
커피 기프트 카드 하나를 준비해 드렸다. 약소하다는 걸 안다.
그래도 마음을 담았다.
호의는 꼭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고, 이 책이 가르쳐준 것 같았다.
받은 온기를 알아채고, 작더라도 돌려주려는 마음.
어쩌면 그게 호의가 세상에서 계속 살아남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책 한 권이 북토크 하나가 나를 돌아보게 했다.
40년이 지나 장학금을 주신 분께 내일 세배하러 간다는 저자
큰절하러 부산 내려가야 한다는 저자의 마음
나는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었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