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드 경성
처음엔 그저 책 읽는 모임인 줄 알았다.
수북드 경성 동아리 이름도 어렵다
수다+북+살롱드 경성????
도서관의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기뻤던 것도, 작은 지원금이 고마웠던 것도 솔직한 마음이었다. 누군가 "호암미술관 가볼래?"라고 던진 한 마디가 나를 미술관 앞으로 끌어내었다.
미술관이라고는 학창 시절 소풍으로 한 번 가본 게 전부였던 내가, 니콜라스 케이지는 알아도 니콜라스 파티는 처음 들어보는 그런 사람이었다. 파티가 이름인지도 나중에야 알았으니 말이다.
부끄럽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아마 혼자였다면 평생 가지 않았을 곳들을 함께 간다는 설렘 때문이었을까. 호암미술관에서 시작된 나의 미술관 순례는 수원시립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오산시립미술관으로 이어졌다. 리움미술관의 세련된 공간에서 숨을 죽이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무료 전시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사생대회에 참여한 날은 특별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참가만 해도 주는 선물들이 더 설레었던 게 솔직한 마음이다. 전시티켓에 색연필, 오일파스텔, 연필과 지우개. 작품을 내면 미술관 노트와 가방까지.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하나하나 소중히 챙겼다.
"수원시 카톡으로 할인받고 가세요."
누군가 던진 이런 팁 하나하나가 우리에게는 보물 같았다. 문화생활이 사치라고 여겨졌던 시절,
작은 할인 하나도 고마웠으니까.
작년에 "시간 있냐?"는 물음에 무작정 따라갔던 모임이 어느새 2회째가 되었다. 독서동아리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미술 동아리라고 해도 될 만큼 우리의 관심사가 넓어졌다.
우리는 여전히 소박하다. 거창한 미술 이론을 논하지도, 작품의 가치를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와, 이거 신기하다", "저 색깔 예쁘네" 같은 순수한 감탄사가 우리의 전부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고, 작품 앞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니콜라스 파티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고,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올해도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 한구석이 뜨거워졌다. 신규동아리 위주로 선정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리의 소박하지만 진실한 활동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
파리 오르세미술관,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두오모 대성당. 언젠가는 다시 가보고 싶은 곳들의
이름을 적어둔다. 꿈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호암미술관도 처음엔 꿈같았으니까.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는다. 하지만 이제는 책 속에서 만난 화가의 이름을 미술관에서 다시 마주치는 기쁨을 안다. 그 순간의 반가움이란,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따뜻함이 있다.
도서관에서 시작된 작은 모임이 우리에게 준 것은 단순히 책 읽는 시간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준 용기, 함께하는 동행의 소중함,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오늘도 우리는 묻는다. "다음엔 어디로 갈까?"
그 질문 속에는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설렘이 담겨 있다.
지원금으로 신청한 책을 받아오며 이렇게 행복할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