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의 노예가 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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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NS를 혐오했다.

카페에서 라떼 한 잔을 찍어 올리며 "오늘도 힐링 중"이라고 적는 사람들, 별 것 아닌 일상을

마치 드라마인 양 포장해서 올리는 허세 가득한 피드들.

그 모든 것이 가식적으로 보였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주시면 음료 한 잔 서비스!"


이런 문구를 볼 때마다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공짜 음료나 할인 혜택이 아까워서 마지못해 올리긴 했다.

뭔가 내 손에 쥐어줄 때만.

그리고는 곧바로 삭제해버리곤 했다.


몇 년 전, 유튜브 강의를 함께 들었던 수강생이 있었다.

그 사람은 이제 구독자가 꽤 생겨서 수익 창출 직전 단계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통장 연결하는 법 배우고 있어요! 곧 돈이 들어올 것 같아요."


같이 시작했는데 누군 벌써 돈을 버는구나. 부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사람이 갑자기 내 핸드폰을 낚아챘다.


"아, 제 영상들 좋아요 구독 눌러드릴게요!"


허락도 구하지 않고 내 핸드폰을 가져가서는 자신의 게시물마다 좋아요를 마구 눌러댔다.


손가락이 화면을 탭탭 두드리는 소리가 유독 거슬렸다.


혐오감이 밀려왔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그 사람의 채널 구독을 취소해 버렸다.


좋아요도 모조리 취소했다.

이런 식으로 숫자를 늘리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 그 사람은 알까?


그로부터 몇 달 후, 나는 브런치를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일기 쓰듯 끄적거렸다.

누가 읽을 것도 아니고, 라이킷 따위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SNS를 혐오하던 내가 왜 이런 플랫폼에 글을 올리고 있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그런데 첫 글을 올리고 몇 시간 후, 핸드폰이 진동했다.


띠링!

"라이킷 1개를 받았습니다."


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좋다고 눌러준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띠링! 띠링!


라이킷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상했다. 분명 이런 걸 비웃던 내가 왜 이렇게 기뻐하고 있는 거지?


며칠 후, 라이킷 수가 10개를 넘었다.


"와, 열 명이나 내 글을 좋아해 주었어."


그다음 주에는 15개, 그리고 마침내.


띠링!


"축하합니다! 라이킷 수가 20개를 돌파했습니다!"


20개. 정말 작은 숫자다. 유명한 브런치 작가들은 수백, 수천 개의 라이킷을 받는다.


하지만 내게는 이 20개가 전 세계였다.


스마트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그 사람과 다른 게 뭐지?'


그 유튜버가 좋아요와 구독에 목말라하던 모습을 비웃었던 내가,

지금은 라이킷 알림만 기다리고 있다.

핸드폰이 조용하면 불안하고, 알림이 오면 심장이 뛴다.

아, 이제 알겠다.


나도 라이킷의 노예가 되어버렸구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것이 부끄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감사했다.

내 서툰 글을 읽고 마음을 표현해 준 스무 명의 사람들에게.

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이 작은 숫자들이 내 하루를 밝게 만들어준다.


내가 SNS를 혐오했던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그때는 받을 줄만 알았지, 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제 나도 다른 사람의 글에 라이킷을 누르며 그 작은 기쁨을 나누어준다.

오늘도 핸드폰이 울린다.

띠링!

여전히 가슴이 뛴다.

나는 라이킷의 노예, 아니 라이킷의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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