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이 박힌 커피

커피와 인생 - 한 잔의 철학


행궁동 골목길에서 만난 금빛 향기

저녁 모임이 끝나고 친구가 말했다. "집에 좋은 커피가 있어. 우리 집에서 2차 하자." 행궁동 근처, 부모님을 위해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한 그 집은 배려가 스며든 따뜻함이 있었다.

반짝이는 금빛 상자가 식탁 위에 놓였다. 바챠(Bacha) 커피. 싱가포르에서 가져온 그 커피는 상자부터 황금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요즘 선거철이면 "커피 원가 백 원대"라는 현수막이 거리를 지나다니는데, 이 커피의 원가는 과연 얼마일까?


커피 속에 숨겨진 세상

친구가 들려주는 B 커피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소설 같았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시작된 19세기의 이야기,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져 온 전통, 손으로 하나하나 선별하는 원두들의 여정. 커피 한 잔에 담긴 역사의 무게가 향기와 함께 퍼져 나갔다.

나는 평소 식당에 가면 원두커피 한 잔, 믹스커피 한 잔을 마셔야 완전한 식사를 한 기분이 든다. 어떤 이는 인스턴트커피를 정크푸드 취급하며 고급 원두만 고집하고, 어떤 이는 맛보다 향을 더 중시해 코로 마시는 커피를 찾는다. 밤잠이 걱정인 사람은 디카페인만 고집한다.


기억 속 커피 여행

주재원으로 해외에 살던 시절, 네스프레소 매장의 무료 시식 코너가 떠오른다. 캡슐의 색깔을 선택해 마시던 그 순간들. 역시 공짜 커피가 더 맛있었다. 이마트의 시식 코너도 마찬가지다. 온갖 시식 음식을 경험하고 믹스커피로 마무리하는 그 소소한 행복.

남편이 출장에서 가져온 금박 상자, 이제 2 봉지만 남았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맡는 커피 향이 왠지 더 글을 잘 쓰게 해주는 것 같다. 베트남 여행에서 만난 다람쥐 똥 커피(루왁 커피) 이야기까지, 정말 많은 커피들이 있지만 결국 나는 큰 통에 가격 착한 커피가 좋다.


커피처럼 살아가기

인생도 커피와 닮았다.

어떤 사람은 B 커피처럼 태어났다. 특별한 환경에서 정성스럽게 길러지고, 세심한 관리를 받으며 자란다. 그들의 인생은 처음부터 프리미엄이다. 희소하고 귀하며, 많은 사람들이 동경한다.


어떤 사람은 네스프레소 캡슐 같다. 편리하고 일정한 품질을 자랑한다.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고, 실패할 확률이 적다. 안정적이고 믿을 만하다.


또 어떤 사람은 믹스커피 같은 인생을 산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친근하고 정겨우며, 누구나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다. 때로는 원두커피보다 더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떤 커피든 각자의 향과 맛이 있다는 것이다.


B커피의 복합적인 아로마도, 믹스커피의 단순하고 익숙한 달콤함도 모두 소중하다. 어떤 날은 고급 원두의 깊이가 필요하고, 어떤 날은 인스턴트의 간편함이 위로가 된다.



한 잔의 철학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단순히 카페인 때문만은 아니다. 그 순간의 여유, 향기로운 추억,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 혼자만의 사색 시간... 커피 한 잔에는 이 모든 것이 녹아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목적지보다는 여행이 더 소중할 때가 있다. 값비싼 B 커피도 좋지만, 이마트 시식 코너의 공짜 커피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도 그에 못지않다.

결국 최고의 커피는 내가 좋아하는 커피다. 결국 최고의 인생은 내가 만족하는 인생이다.

지금 이 순간, 커피 향을 맡으며 쓰는 이 글처럼, 인생의 모든 순간이 저마다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진하고 쓸 수도, 때로는 달콤하고 부드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맛이 모여 나만의 인생이라는 완벽한 블렌딩을 만들어낸다.


오늘 아침, 당신은 어떤 커피로 하루를 시작 할 것인가?



광부의 생명을 살린 커피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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