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특수 알바

3월의 첫날, 노트 배부 알바 도전기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중학교 정문 앞에 섰다.

손에는 묵직한 노트 뭉치.

한 학교당 200권이라더니, 노트가 이렇게 무거운 물건인지 오늘 처음 알았다.

딸이 해봤다기에 "나도 할 수 있겠지!" 하고 가볍게 신청했건만... 끌고 가는 내내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



정문에 도착하니 이미 선수가 계셨다.

쇼핑백에 휴지를 사뿐히 들고 계신 분들.

세 분이나.

그 가벼운 쇼핑백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는 여기서 묵직한 노트를 끌고 홀로 정문을 사수하는 중인데.

아, 휴지 나눠주는 알바를 했어야 했나...'


8시가 가까워지자 드디어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만화학원 애니포스입니다~ 노트받아 가세요!"

첫 마디를 내뱉는 순간, 나는 그냥 엄마가 아니라 어엿한 알바생이 되었다.

반응은 정말 가지각색이었다.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으며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하는 아이.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어머, 얘 집에서 잘 배웠네.'

그런가 하면 눈도 안 마주치고 그냥 쑥 지나가는 아이. '...그래, 바쁘구나.'

그리고 손을 저으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아이들. 생각보다 꽤 많았다.


공짜인데?! 공짜야, 얘들아!'<속으로 외침>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요즘 아이들에게 노트 한 권은 특별한 게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득 내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몽당연필이 너무 짧아지면 볼펜 깍지에 끼워서까지 쓰던 시절.

공책 한 권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그때 누가 등굣길에 공책을 공짜로 줬다면?

두 손으로 받고 집에 달려가 자랑했을 텐데.

시대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그래도 괜찮다.

200권의 노트를 한 권 한 권 건네며, 나는 3월의 첫 등교를 함께했다.

새 교복이 어색한 아이들, 친구를 발견하고 달려가는 아이들, 잔뜩 긴장한 표정의 아이들.


얘들아, 잘 해낼 거야.'

말은 못 했지만 노트 한 권에 마음을 담아 건넸다.

딸아이의 중학교 시절이 겹쳐 보이며 괜스레 코끝이 찡했다.

시급 25,000원짜리 알바였지만, 오늘 번 건 돈만이 아니었다.

3월의 첫날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응원할 수 있었으니까.



p.s. 내일은 팔 스트레칭 하고 출발해야겠다. 노트는 진짜 무겁다.

그러나 돌아오는 빈가방으로 퇴근할때는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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