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의 용감한 도전기 —
화성예술의 전당, 오후 2시 20분.
대기실 의자에 나는 조용히 앉아 있다.
집에서 일찍 출발했다.
원래 2시부터 4시까지 수업이 있었지만, 과감히 빠져나왔다. 결석이냐고? 맞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괜찮다.
나는 면접을 보러 왔으니까.
검은 정장들 사이의, 남색 코트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모두가 검은 정장이다. 칼같이 다려진 재킷, 반짝이는 검은 구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리고 나는?
남색 코트에 아디다스 운동화.
옆줄 세 개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잠깐, 나쁘지 않다. 적어도 가장 기억에 남는 지원자이지 않을까.
면접관도 사람인데, "아 그 운동화 신고 온 분" 하고 기억해 줄 수도 있잖아?
…라고 스스로를 달래 본다.
떨리지 않는 이유
사람들은 면접장에서 보통 떤다.
손이 차가워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말하면 별로 안 떨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저시급 자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 한편에 이런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설마 50 넘은 나를 뽑아 주겠어?"
이 쿨한 체념이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한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고, 실망이 없으면 떨 이유도 없다.
한 번 도전해 본다는 것,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력서를 쓸 때 나이가 블라인드 처리됐다.
면접관은 내가 몇 살인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는 그냥 지원자 번호 몇 번일 뿐이다.
젊은 고학력자도 취업이 안 되는 세상.
그 치열한 경쟁 속에 50대인 내가 뛰어든 것 자체가, 사실 꽤 대단한 일이 아닐까?
첫 타임 면접자들이 나왔다
3명이 면접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왔다.
얼굴이 밝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면접 어때요? 지원서에 있는 내용 물어보나요?"
"네네~"
나가면서 환하게 웃으며 한마디를 남겼다.
"면접 잘 보세요!"
고맙다. 덕분에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그리고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면접 대기실에서.
핸드폰을 꺼 두라는 공지가 저기 벽에 붙어 있다는 건 알지만 — 아직 내 순서가 아니니까, 딱 여기까지만.
오늘 이 순간이 새로운 글감이 됐다.
검은 정장 사이의 남색 코트, 아디다스 운동화, 체념과 설렘이 묘하게 뒤섞인 이 감각.
합격하면 좋고, 떨어져도 괜찮다.
나는 오늘, 면접장까지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화성예술의 전당 대기실에서, 공연장안내원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