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배부 알바
두 번째 노트 나눠주기 알바였다.
오늘은 유난히 더 부지런했다.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인데도 아들보다 먼저 도착하려고, 노트 200권을 수레에 싣고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학교에 도착하니 7시 50분.
생각보다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가볍게 인사하며 노트를 건네니 분위기가 부드러워 금세 손이 풀렸다.
잠시 후, 한 박스 들고 나타난 남녀 직원분들이 양쪽에서 아이들을 향해 부지런히 손을 흔들었다.
사이즈가 작아보이는데 먹는건가? '가벼워서 좋겠다 '
나는 후문 쪽에서 노트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정문에서 오는 아이들을 놓치는 게 아쉬워 학교 안으로 들어가 중앙에서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교사께서 무슨 말인가 하셔서 다시 후문으로 돌아갔다.
"아… 역시 규칙은 지켜야지."
그렇게 한참을 나눠주고 거의 끝날 때쯤
아들이 지나갔다.
그런데…
나를 못 본 척?
노트도 안 받고?
그냥?
스쳐 지나갔다.
알바 시작하기 전에 학원에서 노트를 받아올 때는, 아들이 트렁크에 노트 1000권을 능숙하게 실어주고, 카트까지 직접 반납해 줘서 내심 기대했었다.
혹시 학교에서 만나면 엄마 도와준다고, 반 아이들 주라고 노트를 한 아름 가져가려나?’ 하는 달콤한 상상도 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혼자만의 오해였던 모양이다.
아들은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아… 사춘기의 바람은 정말 차갑다.
그 와중에 앞에서 빨간작은거를 나눠주는 분이 보였는데, 그 물건을 받아가는 아이들이 노트도 잘 받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
실제로 빨강것을 잘 받아가는 아이들은 노트를 내밀면 더 잘 받았다.
어떤 학생은 빨강것을 하나 더 받으려고 하자, 홍보 사장님 같은 분이 “하나만 더” 하고 주면서도 ‘더는 안 돼요’ 하는 눈빛을 보였다.
나는 그 아이가 노트도 좋아할 것 같아서 5권을 슬쩍 쥐여주었다. 학생은 환하게 웃었다.
“아, 이 맛에 아르바이트하지.”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다 보니 한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노트는 모두 동났다.
집에 가는 길, 앞에서 홍보물 나눠주던 분이 아직 있어서, 나도 하나 받아왔다.
국어 학원 홍보용 휴지였는데, 첫날 봤던 것보다 사이즈가 반이었다.
그리고 내가 나눠준 노트는 그 휴지의 10배 크기.
“세상엔 참 다양한 홍보물이 있구나.”
오늘도 나는 운동 삼아, 그리고 재미 삼아, 고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의 등교 모습을 바라보며 노트를 나눠주는 일을 즐겼다.
다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계속 이런 질문이 맴돌았다.
‘아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엄마가 학교 앞에서 홍보물 나눠주는 모습이 부끄러웠을까?’
아들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오늘, 나는 내 하루를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정성껏 채웠다는 것이다.
덤으로 아들대신 빨간홍보물을 들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