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PC방, 그리고 꿀알바의 진실

딸에게서 카톡이 왔다.

단톡방 초대 링크와 함께, "엄마 이거 진짜 꿀알바야.

시급 25,000원이고 두 시간만 하면 돼."

소상공인 국가지원사업 신청 접수 대행 알바.

PC방에서 컴퓨터로 신청서를 넣어주는 일이라고 했다.

타자도 느린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딸의 적극적인 추천을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PC방이라는 곳의 문을 열었다.

와. 컴퓨터가 이렇게 많구나.

어두컴컴한 실내에 모니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20여 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나처럼 생소한 표정의 사람도 있었고, 능숙하게 세팅을 마친 '고수'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업무 시작은 10시.

하지만 집합 시간은 9시였다.

한 시간 동안 접수 방법 동영상을 봐야 한다고 했다.

친절한 스태프가 종이에 프린트된 접수 절차서를 건네주었다.

나는 그걸 두 손으로 받아 들고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읽었다.

아이디 입력, 인증, 지원금액 기재, 신청 버튼 클릭.

할 수 있다. 나도 할 수 있어.

그리고 10시가 됐다.

카운트다운. 손에 땀이 났다. 마우스를 꽉 쥐었다.

클릭.

들어갔다.

한 번에. 정말 한 번에 입장이 됐다.

옆자리 고수처럼 보이던 사람은 아이디부터 다시 넣고 있었다.

대기번호 5,000번대라고 했다.

나는 바로 입장.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역시 난 운이 좋은 편이지.


지원 금액란에 3,000만 원을 입력했다. 그리고 신청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멈췄다.

대기 중.

버튼을 눌렀다.

또 대기 중. 또 눌렀다.

또 대기 중. 열 번쯤 눌렀을까.

이번엔 오류 메시지가 떴다. 확인을 눌렀다. 화면이 넘어가지 않았다.

다시 로그인하라는 메시지. 로그인을 했다.

튕겼다. 또 했다. 또 튕겼다. 열 번 넘게 반복했다.

간신히 들어갔더니 이번엔 대기번호 9,000번대.


아까 그 뿌듯함은 어디 갔나.

주위를 둘러봤다.

20명. 모두가 같은 표정이었다. 눈썹이 모아지고, 입술이 굳어지고, 마우스를 쥔 손만 바빴다.

화면마다 '대기 중' '로딩 중' '오류'.

10시부터 11시까지, 한 시간 동안 단 한 명도 접수를 완료하지 못했다.

이게 안 되는 거구나. 원래부터.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전국의 소상공인들이 동시에 몰리는 접수 서버에, PC방 아르바이트생 20명이 아무리 클릭해 봤자.

우리가 무슨 수로 뚫는단 말인가.

11시 정각.

담당자분이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칼퇴근이었다.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달달 외운 접수 매뉴얼.

긴장해서 쥔 마우스.

한 번에 입장됐을 때의 그 짜릿함.

전부 1단계를 넘지 못한 채로 끝이 났다.

접수 한 건도 못 했는데 미안해야 하나 싶었는데, 담당자분들 표정은 덤덤했다.

워낙 늘 있는 일인가 보다. 시급은 꼬박꼬박 챙겨주겠지!


PC방을 나오며 딸에게 카톡을 보냈다.

"꿀알바 맞긴 하는데... 꿀은 못 땄어."

딸한테서 답장이 왔다. "ㅋㅋㅋㅋ 엄마 그게 정상이야."

그렇구나.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인 알바였구나.

난생처음 가본 PC방. 어둡고 모니터 불빛만 가득하던 그 공간에서, 나는 오늘 처음으로 마우스를 쥐고 국가 서버와 싸웠다.

결과는 졌지만, 왠지 억울하지는 않다.

다음엔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만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화성시 예약할 때의 기다림은 이렇게 비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내일 화성시 예약서비스 클릭은 잘해야지


3시가 넘자 49550원이 입금되었다

진짜 꿀알바네

한편으로는 이렇게 접수경쟁률이 힘들고 힘든데

알바로써는 꿀이고 기분은 달콤 쌉쌀하네

작가의 이전글 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아들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