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정문에서 생긴 일


시작도 전부터 걱정했다.

전단지는 받자마자 버릴 것이고, 물티슈는 그나마 낫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막상 서 보니 걱정할 겨를도 없었다.

철제 입간판을 정문 양쪽에 세우는 것부터 시작이다.

생각보다 힘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세우고, 사진 찍고, 전송하고. 그다음이 본게임이다.

전단지 한 장에 물티슈 하나.

함께 쥐고 건네야 한다.

들리기엔 간단하다.

그런데 종이가 한 장씩 안 떨어진다.

두꺼운 장갑을 끼면 물티슈를 집기가 어렵고, 벗으면 손이 시리고 종이에 베인다.

실제로 베였다.

종이에 손을 베는 게 이렇게 아픈 일인지, 새삼 알았다.

물티슈만 나눠줬으면 한 박스 금방 끝날 텐데. 전단지가 발목을 잡는다.

고용주의 방침이니 따라야 하지만, 속으로는 내내 안타까웠다.

이 종이, 아이들 손에서 얼마나 버틸까.


그런데 아이들이 예뻤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화장을 한다.

눈 밑에 핑크빛 색조, 음영으로 만든 입체적인 윤곽.

우리 딸 방에 색조 화장품이 왜 그렇게 많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내 고등학교 시절은 귀 밑 3센티 단발령이었고, 화장은 대학 가서나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교복을 입지 않으면 교사인지 학생인지 구분이 안 되는 분도 계셨다.


세상이 바뀌었구나, 정문 앞에서 실감했다.

나눠주는 것도 노하우가 생겼다.

천천히 흘러들어올 때는 눈을 맞추며 하나씩 건넨다.

눈이 마주치면 의외로 받는다.

그런데 버스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땐 전략이 달라진다.

손에 쿡 찔러 넣어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쥐어진 것은 잘 버리지 않는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시선조차 주지 않는 아이도 있다. 그건 괜찮다.

오히려 가장 사랑스러운 건 정중하게 거절하는 아이들이다. 눈을 보며 "괜찮아요" 하고 지나가는 아이.

받기 싫어도 예의를 지킨다. 그 짧은 순간에 인성이 보인다.

이 알바, 시급 3만 원이다.

그런데 왕복 이동 시간까지 합치면 2시간이 걸린다.

주차 잔소리를 피하려고 주차 도우미 오시기 전에 미리 도착해야 해서, 집에서는 더 일찍 나온다.

아침 7시 강제 기상. 바쁜 출근길을 뚫고, 먼 학교까지 차를 끌고.

시간이 지나면 정문에 모여든다.

교사들, 등원 지도 어르신, 횡단보도 담당 분들.

다들 아침부터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도 그중 한 명이 되어 전단지를 내밀고 있다.

1시간짜리 알바치 고는 꽤 긴 하루다.


다음 주는 초등학교다.

비닐봉지 안에 종이 한 장, 연필 하나, 막대사탕 하나.

비교적 가볍다.

8시 30분부터 9시,

30분 배포에 3개 학교를 배정받았다,

한 학교에 총 60개.

자전거로 쇼핑백을 양어깨에 하나씩 메고 짐을 받아왔다


고등학생은 무시도 하고 거절도 했다.

초등학생은 어떨까. 사탕이 들어 있으니 다를까. 아니면 더 혼란스러울까.

일단 가봐야 안다. 그게 이 알바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짧은 30분 시간에 물건도 가볍도 초등대상 12천 원

나의 또 다른 도전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그토록 원했던 물티슈 알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