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 출판의 기록, 끝까지 지킨다

2026년의 배달강좌 첫날



2026년의 배달강좌가 시작되었다.

이름 하여 '책쓰기 자립팀'이 모였다.

작년에 함께했던 얼굴들, 책 만들기 팀에서 성실함으로 눈도장을 찍은 분들, 강좌 확정도 나기 전에 벌써 세 번이나 모여 서평까지 준비해 온 분들.

원고를 이미 손에 쥔 채로 첫 수업에 나타난 사람들이란, 어디서나 귀한 법이다.

나는? 책에 욕심도 없고 출판할 생각도 없는, 말하자면 불량학생이다.

인맥 덕에 끼어들었고,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대신 내가 자신 있는 건 딱 하나. 출석이다.

출석 전략도 이미 완성되어 있다.

동아리 회장님께서 먼저 "같이 차 타고 가요"라고 제안해 주셨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동탄에 멀쩡한 학습관을 두고도 화성 시민대학까지 달려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길이다.

차 안에서 나누는 수다, 잠깐이지만 그 시간도 수업의 일부다.


오늘의 주인공은 인디자인이었다.

3년 전부터 들어왔던 이름.

출판한다면 반드시 써야 한다는 그 프로그램.

"한 번만 배우면 쉽다"는 말을 믿고 기다려온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에, 프로그램이 열리는 것부터 시간이 걸렸다.

됐다, 안 됐다.

한 시간을 어찌어찌 따라갔는데 결국 컴퓨터가 멈췄다.

딸의 노트북에 있다는 말만 믿고 들고 갔는데, 학교 계정이라 동시 접속이 안 된다는 것일까?

누군가 접속해서 나를 튕겨낸 것인가?

억울한가?

솔직히 조금은.

그래도 집에 돌아와 복습하니 다시 열렸고, 강사님 설명과 영상을 같이 보니 이해가 오히려 더 빨랐다.

수업 중 혼란이, 오히려 집중을 만들어낸 셈이다.

회장님은 캔 바도 결제하고 인디자인도 결제하셨다.

좋은 사진, 예쁜 템플릿은 결국 돈을 써야 쓸 수 있다는 걸 눈앞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래도. 0원 출판의 기록은 깨고 싶지 않다.

이건 고집이기도 하고, 일종의 놀이이기도 하다.

얼마나 오래 버티나 보자는 작은 도전.


대관료까지 각출해 강좌를 열고, 캔바·인디자인까지 척척 결제하며 팀을 이끄는 회장님의 파워를 옆에서 배우면서도, 나는 오늘도 0원 편에 서기로 했다.


기쁜 일도 있었다. 한 수강생이 <좋은 생각> 잡지에 원고가 당첨됐다며 커피를 쐈다.

그 기쁨이 얼마나 진했던지, 이야기를 듣는 내 얼굴도 저절로 환해졌다.

수업 후 점심을 함께 먹으며 원고 당첨 비법을 들었고, 바깥 의자에 앉아 두런두런 이어진 이야기까지.

4시간이 순식간에 지났다.


첫날인데 벌써 책 표지 이미지가 올라왔다.

서로 격려하고, 커서가 안 움직인다며 같이 헤매고, 낯선 메뉴 앞에서도 함께여서 두렵지 않은 그 힘.


50이 넘어 학생이 되는 것, 창작의 고통을 같이 나누는 것. 이 시간이 소중한 이유다.

0원 출판. 오늘도 지켰다.


점심값 한 끼 아끼면 한 달 프로그램 결제 할 수 있는데

매번 점심은 사 먹으면서 왜 캔바는 무료로 쓰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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