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알바 이벤트

공고를 보는 순간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재밌겠다.

그리고 곧바로 깨달았다.

장소가 낯익다.

아니, 낯익은 정도가 아니다.

우리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다.

뭔가 묘한 운명의 장난 같은 기분으로 지원했다.


알바 시작 30분 전, 나는 이미 학교 쪽으로 걷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보인다.

그 안에 — 어, 저거 우리 아들 아닌가?

하교하는 아들과 도중에 딱 마주쳤다.

"엄마 어디가?"

"알바"

우리 모자는 각자의 방향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교문 앞에 도착하니 다른 아르바이트생 한 분이 먼저 와 계셨다.

2인 1조라는 말을 듣고 어떤 분이 오실까 내심 궁금했었는데, 매번 혼자 전단지 들고 서 있다가 동료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쩐지 든든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아이들은 벌써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담당자가 안 온다.

알고 보니 이번 주는 5교시라 평소보다 일찍 끝나는 날인데, 홍보팀은 그걸 모르고 4시 30분 시작으로 알바를 배정한 것이다.

나는 교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 애들 다 나가잖아요, 빨리 오세요.

담당자에게 문자를 날렸다. 오는 중이라는 답장이 왔다.

알고 보니 차량에 보드판, 전단지 파일, 사탕 꾸러미를 가득 싣고 배달해 주시는 분도 아르바이트생이셨다.

어쩐지. 나만 저 혼자 애가 타서 발 동동 구르고 있었던 것이다.

물품이 도착하고 나서야 이벤트가 시작됐다.

보드판에는 세 칸이 있었다.

수시 / 정시 / 모르겠다

학생들이 교문을 나서다가 보드판을 발견하면 —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다가, 눈이 한 번 갔다가, 뭐지? 하는 표정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그리고 스티커 한 장을 꾹 눌러 붙이고, 파일 폴더 안에서 전단지 한 장과 젤리 한 개, 사탕 세 개 꾸러미를 받아 갔다.

아침 등굣길에 전단지 나눠줄 때 마주치는 아이들 얼굴과는 달랐다.

그때 아이들은 보통 바빠 보이거나, 졸려 보이거나, 받기 싫어 보였다.

하지만 하교 중인 아이들 얼굴엔 — 여유가 있었다.

재밌다는 표정으로 스티커를 고르는 게, 제법 귀여웠다.

아쉽게도 전단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이들 대부분이 하교한 뒤여서.

이벤트 참여 학생 수는 기대에 못 미쳤고, 우리 둘은 한동안 한산한 교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전단지 배포보다 몸은 덜 바쁜데, 왜 더 지루한지 몰랐다.

가만히 서 있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몸이 부지런한 사람한테 그냥 서 있기는 은근한 고역이다.

한 시간이 지나 담당자가 물품을 회수하러 오셨다.

깔끔하게 마무리. 집에 도착하자마자 일당이 입금됐다.

25,000원.

한 시간에 이만오천 원. 오늘도 나쁘지 않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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