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의 카운트다운, 그리고 평점 5.0의 배신



영화 〈넘버원〉을 봤다.

최우식이 연기한 하민은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을 때마다 눈앞에 숫자가 보인다.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가 죽는다.

그래서 그는 온갖 핑계를 대며 집밥을 피한다.

밥 한 그릇이 사랑의 카운트다운이라니.

영화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맞아, 집밥이 최고지. 엄마 밥이 최고야.

감동이 채 식기도 전에 주말이 됐다.


"오늘 뭐 먹을까요?"

집밥을 좋아하는 남편은 묻는다.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해주는 집밥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 미묘하고도 결정적인 차이를, 남편은 아직도 모른다.

나는 남이 해준 밥이 먹고 싶었다.

누군가가 차려준 밥상 앞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숟가락을 들고 싶었다.

설거지 걱정 없이.

"집 근처 생선구이집 어때요? 가성비도 좋고."

남편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샐러드바는 어때? 거기 가면 과식할 것 같아서……"

과식이 걱정이면 덜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나는 속으로 생각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부부 사이에는 말하지 않는 기술도 필요하다.

"그럼 가파도청보리밥 가자. 평점 4.3이야."

출발했다.

차는 막혔다.

주말의 도로는 언제나 우리의 식욕보다 느리다.

지도를 멍하니 보다가 내가 말했다.

"여기 근처에 생선구이집 있는데, 평점이 5.0이야."

5.0. 완벽한 숫자다. 후기도 좋았다. 우리는 핸들을 꺾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냥 평범한 식당이었다.

생선은 컸다.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남편은 첫 한 점을 먹고 말했다.

"뭘 먹어도 맛이 없네."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생각했다.

평점 5.0이 어떻게 매겨지는 걸까.

별점 테러를 당한 집이 구제받으려고 지인을 총동원한 걸까.

아니면 진짜로 이 동네 사람들의 입맛이 나와 다른 걸까.

요즘 지도 앱은 꽃 개화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알려준다는데, 맛은 왜 이렇게 오차가 큰 걸까.

생선을 먹으면서 나는 자꾸 영화 생각이 났다.

하민은 엄마 밥을 피하기 위해 핑계를 댔고, 나는 내가 하는 밥을 피하기 위해 외식을 선택했다.

동기는 달라도 결과는 비슷하다. 누군가의 밥상을 외면한 주말이었다.

영화 속 하민에게 묻고 싶다. 숫자가 줄어드는 게 무서웠니? 그럼 나한테도 숫자가 보였으면 좋겠다.

내가 엄마 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 남편이 내 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말했다.

"다음 주엔 그냥 집에서 먹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쩌면 맛의 평점은, 누구랑 먹느냐가 반을 차지하는지도 모른다.

나머지 반은, 내가 설거지를 안 해도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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