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무료 관람

봄이다.

꽃구경 가기 좋은 날, 백남준아트센터에 갔다.

무료입장이라서일까, 오랜만에 찾으니 건물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마침 마지막 날인 조안 조나스 개인전 《인간 너머의 세계》가 열리고 있었다.

회화가 아니라 대부분 영상 작업이었다.

긴 영상들을 하나씩 집중해서 보기엔 인내심이 부족했다.

대충 둘러보고 있으려니 마침 도슨트 해설이 시작됐다.

역시, 답안지 같은 해설을 들으니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나체로 걷는 여자, 가면을 쓰고 뭔가를 행하는 사람, 강아지 목에 카메라를 달아 강아지의 시선으로 세상을 담은 영상. 조안 조나스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퍼포먼스와 비디오, 드로잉을 넘나들며 작업해 온 작가라고 했다.

자연과 인간 신체의 상호작용, 신화와 문학을 바탕으로 한 생태적 이야기들.

말로 설명하고 나니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직접 보고 있을 땐 그저 낯설었다.

예술은 어렵다.

전시를 보고 나서 글을 쓰는 일은 더 어렵다.

백남준을 생각했다.

텔레비전으로 탑을 쌓는 그 작업을 처음 봤을 때는 재력이 부러웠다.

저런 걸 살 수 있는 돈이 있어야 예술을 하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와서 보니, 그의 재력보다 감각이 더 값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텔레비전 앞에 수족관을 배치한 작품도, 나무 숲에 모니터를 심어놓은 설치도—그것은 돈으로 산 게 아니라 그만이 가진 눈으로 만든 세계였다.


나만의 상징. 나만의 트레이드 마크.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그 질문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다.

덤으로, 바로 앞 신갈고등학교 정문이 열려 있어 무료 주차까지 해결했다.

예술 감상에 소소한 실속까지. 봄날치고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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