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인

인디자인


인디자인을 배우면서

PPT로 강의를 만들 때, 옆에 앉은 강사님은 인디자인으로 교재를 만들고 계셨다.

그냥 배치만 하면 되니까 쉽다고 하셨다.

그런가, 했다.

그때는 강의에 PPT만으로 충분했으니까.

복합도서관 6주 책 만들기 수업 때 인디자인을 설치해 오라는 말을 들었다.

전에 포토샵 수업을 같이 들었던 분이 그때도 설치를 도와주셔서 이번에도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해주셨다. 그런데 써보지도 못하고 3만 원만 날렸다.

꼭 AS를 해주신다더니 어느 날 카톡방에서 조용히 사라지셨다.

마침 남편이 PDF로 만들어둔 사진첩 파일이 있었다.

강사님이 표지 사진을 고르고 책 등 사이즈를 재더니 5분 만에 책이 뚝딱 만들어졌다.

나도 모르게 첫 책이 탄생했다.

두 번째 책은 파일만 보내면 담당자분이 알아서 만들어 주셨다.

세 번째 책은 출판사 대표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어 주셨다.

그렇게, 인디자인의 인(人)도 모른 채 세 권의 책이 나왔다.

이번엔 배달강좌다.

원고야 브런치에 있으니 복사 붙여 넣기만 하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일주일 무료 사용만 하고 결제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한 달치를 결제했다.

원격 제어 프로그램으로 설치도 뚝딱 해주셨다.

동영상 강의를 들을 땐 복습만 하면 다 알 것 같았는데, 막상 열어보니 하나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다.

예전에 선생님이 만들어두신 틀에 붙여 넣기만 하면 되겠지, 하고 또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다운로드한 글꼴이 없다며 에러가 계속 났다.

이상한 일도 생겼다.

책을 읽을 때는 그냥 본문만 보였는데, 이제는 쪽 번호, 글꼴, 여백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같은 책인데 글이 아니라 디자인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뭔가를 배우긴 했나 보다, 싶었다.

일단 표지라도 있어야 책 같을 것 같아 캔 바를 열었다.

1년 전에 만들었던 표지와 비슷한 게 있어서 붙여 넣었다.

유료면 사이즈 설정이 클릭 한 번이라는데, 무료 버전으로는 배운 대로 할 수가 없었다.

몇 시간 씨름하다 결국 망쳤다 싶어서 단톡방에 올렸는데—나랑 동갑인 친구와 표지가 똑같았다.

세상에 그 많고 많은 표지 중에 같은 걸 고르다니. 인연인가!

야간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와 다시 노트북을 열었더니 짜증이 올라왔다.

글도 맘에 안 들고, 디자인은 더 맘에 안 들고.

나는 왜 이리 손재주가 없을까, 스스로를 향한 화가 쌓여갔다.

그때 딸이 노트북을 써야 한다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쉬운 것보다 더 기쁜 이 마음은 뭘까?


한 달을 결제해 놨는데, 지금 속도로는 한 달 안에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야 알았다.

인디자인 하나에도 이렇게 공이 들어간다는 걸.

나의 책을 꼼꼼히 만들어주신 출판사 대표님이 새삼 존경스러웠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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