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버스정류장에 있던 ‘LOVE’, 그리고 낙서 하나의 질문

그날까지 나는 그 앞을 수십 번은 지났을 것이다.
빨간 글자 네 개. 그냥 버스정류장 앞에서 잘 보이는 love 구조물.
m버스의 첫 번째 정거장에 있는 그냥 글자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강사님의 한마디가 그 풍경을 부숴버렸다.
“저거, 몇십 억짜리 작품이에요.”

순간 머릿속이 이상해졌다.
내가 방금까지 무심하게 지나온 그 물체가,
누군가에겐 ‘작품’이었다는 사실.

그날 이후 다시 보니, 디테일이 보였다.
기울어진 O, 계산된 비율, 색의 강도.
그리고 무엇보다—낙서.

누군가가 남긴 흔적이 그 위에 얹혀 있었다.
낙서라기보다, 거의 선언처럼.
“이건 그냥 공공물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재밌는 건 여기서부터다.
그 낙서를 보고 관리 측이 지웠다는 이야기.
왜 지웠을까?

단순하다.
그건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질문이 생긴다.
전 세계에 똑같이 복제된 이 ‘LOVE’가 그렇게까지 보호받아야 할
유일한 예술인가?

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
“이미 수십 개가 있는데 하나 더 훼손된다고 뭐가 달라?”

하지만 또 다른 시선에서는 다르다.
이건 단순한 철 구조물이 아니라
‘로버트 인디애나’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하나의 권위를 가진다.

아이러니는 여기 있다.
같은 모양은 복제되는데,
가치는 복제되지 않는다.

그래서 낙서는 단순한 훼손이 아니다.
일종의 질문이다.

“이게 정말 건드리면 안 되는 예술인가?”
“아니면 그냥 비싸게 포장된 공공물인가?”

어쩌면 그 낙서를 남긴 사람은
작품을 망친 게 아니라,
오히려 작품을 완성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춰서
처음으로 ‘생각’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나는 이제 그 앞을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여전히 버스를 기다리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질문을 던지는 장소가 되었다.

복제품도 예술인가?

정답은 없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다.

낙서 하나가,
그 비싼 작품보다 더 강하게
나를 멈춰 세웠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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