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강좌 4회 차의 기록
아침에 반장님 톡이 왔다. 약속 장소와 시간. 짧고 다정한 두 줄.
8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서두르지 않았다. 벚꽃이 피어 있었다.
걸어가는 길 내내 꽃잎이 흔들렸고, 이상하게도 다시 학생이 된 기분이 들었다.
가방을 들고 어딘가로 향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봄이 한 뼘 더 가까워지는 느낌.
반장님 차에 올라타면 수다가 시작된다.
병점에서 남학생을 태우고, 시민대학으로 향하는 그 길이 항상 새롭고 활기차다.
오늘 남학생은 주말에 밭에 다녀왔다고 했다.
손에 든 것은 파와 계란. 반장님께 드리는 거라 했다.
요즘 세상에 이웃에게 밭에서 난 것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다니.
아파트에서 살다 보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판에.
보기만 해도 정겨웠다.
파 한 단이 그냥 파가 아니라, 어떤 오래된 풍경의 조각처럼 느껴졌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탁자 위에 간식이 펼쳐진다. 선생님 책상 위엔 음료수가 끊이질 않는다.
숙제 검사를 받을 때면 서로 응원하고 격려한다. 누군가의 화면이 띄워지면 먼저 박수부터 나온다.
그런데 나는 숙제를 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기가 싫었다. 다들 너무 잘해서. 매주 올 때마다 업그레이드가 되어 오는 걸 보면 깜짝 놀란다. 과외라도 받으시는 건지. 나만 제자리인 것 같고, 나만 아직도 방황 중인 것 같다.
이번 주엔 정말 이것저것 해봤다. 아빠 80세 생신 기념 글을 써볼까. 베트남 여행 사진으로 채워볼까. 브런치에서 반응 좋았던 글을 인디자인에 옮겨볼까. 해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지우고, 다시 시작하고, 또 지웠다. 복사해서 붙여 넣기가 왜 이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테마가 안 잡히니 글이 지저분해지고, 통일성이 없으니 하기가 더 귀찮아지는 악순환.
벚꽃이 그렇게 예쁜 날에도 컴퓨터 앞에서 끄적끄적거리다가, 결국 컴퓨터도 벚꽃도 둘 다 놓쳤다.
아무것도 모를 때가 부럽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잘하려는 생각조차 없이 일기처럼 끄적거리던 시절. 그때는 뭐든 쓰면 그냥 썼다. 지금은 쓰기 전부터 머릿속에서 검열이 시작된다. 이거 괜찮나, 이게 맞나, 남들 것 보면 또 주눅이 든다.
강아지가 자기 꼬리를 잡으려고 빙글빙글 도는 걸 본 적 있다.
잡힐 것 같은데 안 잡히고, 그래도 멈추지 못하고 계속 돈다.
나도 요즘 그 모양새다.
내 꼬리를 찾겠다고 어지럽게 돌다가, 뭘 하려 했는지도 잊어버린다.
남들은 척척 앞으로 나가는데, 나는 혼자 뜬구름 잡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뒤처지는 것 같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다.
그래도 오늘 수업엔 왔다.
반장님 차에 탔고, 파를 든 남학생을 만났고, 간식이 쌓인 탁자 앞에 앉았다.
숙제를 못 냈지만 박수는 쳤다. 점심도 같이 먹었다.
사람이 좋고 모임이 좋으니, 일단 견뎌보기로 했다.
꼬리를 잡는 건 나중 일이고, 오늘은 그냥 같이 빙글빙글 도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