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관
의용소방대 단톡방에 노인복지관 배식 봉사 모집 글이 올라왔다. 마침 그날 스케줄이 텅 비어 있었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신청 완료.
알고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입사 동기도 신청했고, 전래놀이 수업에서 눈인사만 나누던 동갑 친구도, 말 한번 제대로 섞어본 적 없는 언니도. 덕분에 우리는 단박에 넷이 됐다.
동기가 우리 집 근처까지 마중을 나왔고, 한 차로 40분을 달려 용주사 바로 옆 복지관에 도착했다. 영양사 선생님이 차 한 잔을 권하며 오늘의 임무를 설명해 주셨다. 11시 20분 준비 시작, 12시 45분까지 배식, 식사 후 테이블 닦고 의자 올리기까지. 심플하다.
나는 샐러드 담당이었다.
돈가스가 나오는 날이라 그런지, 어르신들의 기대감이 평소와 달랐다. "샐러드 좀 더 주소" 하시는 분이 몇 분 계셨다. 영양사 선생님이 귀띔해 주셨다. 이 복지관은 다른 곳에 비해 연령대가 젊고, 이 동네 땅 부자 원주민 어르신들이 많다고. 그래서 보통 연세가 많으신 분들께 양을 적게 드리는 여타 복지관과 달리, 이곳은 분위기가 좀 달랐다.
"씨름선수가 먹을 만큼 주소."
어느 어르신이 식판을 내밀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그 옆에는 "조금만요" 하고 조용히 손을 저으시는 분도. 식판 하나하나에 각자의 하루가 담겨 있었다.
배식이라는 게 생각보다 전략이다.
샐러드는 딱 3판이었다. 초반엔 넉넉하게 담았는데, 줄이 줄지 않자 슬슬 손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결국 마지막 즈음엔 샐러드가 먼저 동났다.
어제 남은 마늘종 무침은 처음엔 밥 위에 올려 드렸는데, 어느 순간 반찬 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샐러드가 떨어지자 마늘종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
돈가스도 처음엔 4조각, 슬슬 3조각이 되더니, 양이 남을 것 같자 다시 4조각으로 복귀. 만두도 처음엔 6개였다가 국물만 떠 드리다가 나중엔 4개씩.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줄 앞쪽에 서야 한다는 진리는 복지관에서도 유효했다.
나는 그나마 가벼운 샐러드 담당이었지만, 국 푸시는 분은 손목이 남아나지 않으셨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봉사자분들의 허리가 조금씩 굽어 갔다. 말은 없어도 다들 느꼈을 것이다. 슬슬 힘들다는 걸.
드디어 배식 종료. 각자 식판을 들고 밥을 먹었다. 돈가스가 좀 더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쳐갔지만, 허기 앞에서 그런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맛있었다.
점심 후엔 노노 카페에서 커피 한 잔씩 뽑아 들고, 바로 옆 용주사를 산책했다. 생각보다 꽃은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일을 하고 나서 맞는 햇살은 그냥 햇살이 아니니까. 소풍 같았다.
천장 가득 알록달록 연등 아래서 우리 넷이 사진을 찍었다. 별거 아닌 포즈에, 별거 아닌 웃음에, 괜히 행복했다.
별거 아닌 배식 봉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뿌듯했다. 소소한 행복을 찾아다니는 의용소방대 회원으로서, 오늘 하루도 보람 있었다.
배식봉사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만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난 어쩌다 한 번의 봉사였지만
꾸준히 봉사하시는분들 정말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