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 한 뭉치에 담긴 마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한 달에 한 번, 동사무소에서 시작되는 우리의 여정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의를 마치고, 환경정화 활동으로 동네 한 바퀴를 돌며 휴지를 줍는 일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찬 배달 봉사는 우리를 진짜 삶의 현장으로 데려간다.


세 명이 한 조가 되어 배달을 나서면, 도시의 두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아파트 단지는 넓은 주차장과 명확한 주소 체계로 우리를 반긴다. 하지만 골목 깊숙한 주택가로 들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좁은 길에 갓길 주차를 하고 대기하는 운전자를 남겨둔 채, 두 명이 무거운 반찬통을 들고 미로 같은 골목을 헤맨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오피스텔 계단을 오르며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고우신 할머니가 우리를 맞이하셨다. 그런데 할머니 손에는 예상치 못한 선물이 있었다.


"이거 제가 직접 떴어요."


쇼핑백에서 나온 것은 정성스럽게 뜨개질로 만든 수세미였다.

두툼하고 촘촘하게 짜인 수세미에는 예쁜 글씨로 '욕실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할머니의 손끝에서 태어난 작은 작품이었다.

"음료수라도 드시고 가세요. 아니면 차라도 한 잔..."


할머니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더 주려고 하셨다.


그 모습에서 우리는 깨달았다.

할머니에게 필요한 것은 반찬이 아니라 대화였다.

말동무가 간절히 필요한 마음이었다.


독거노인에게 하루는 얼마나 길까.

아파트 단지에는 경로당과 노인정이 잘 갖춰져 있지만,

이런 협소한 공간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그마저도 이용하기 어렵다.

할머니의 눈빛에서 우리는 그 고독의 깊이를 읽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할머니는 우리가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계속 현관문 앞에 서서 지켜보셨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오피스텔이라 계단을 내려가며 뒤돌아보니, 할머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계셨다. 우리의 발걸음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음 배 달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은 할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현실은 우리를 재촉했다.


모든 어르신이 할머니처럼 우리를 반기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그냥 문 앞에 놔주세요"라고 하며 대면을 꺼린다.

어떤 분들은 문조차 열지 않는다. 그런 분들을 탓할 수는 없다.

낯선 이들에 대한 경계심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 5월에는 반찬과 함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어버이날을 기념해서 말이다.


수세미를 받은 순간, 나는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우리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클 때가 있다는 것을.


할머니가 밤늦도록 뜨개질바늘을 놀려 만드신 그 수세미에는 단순한 생활용품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고마움의 표현이었고, 정성의 결정체였으며, 외로운 시간을 견디며 만들어낸 사랑의 증표였다.

할머니에게 우리는 반찬을 배달해 주는 봉사자가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소중한 손님이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그 수세미를 보며 생각했다. 진정한 봉사는 일방적인 베풂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따뜻한 교감이라는 것을. 우리가 반찬을 전달할 때, 할머니는 정성으로 답하셨다.

그 순간 우리는 모두 주는 사람이자 받는 사람이 되었다.

욕실에서 그 수세미를 사용할 때마다, 나는 할머니의 손길을 느낀다. 촘촘히 짜인 실 한 올 한 올에

담긴 마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계속해서 할머니를 찾아뵙겠다고.

봉사는 세상을 바꾸는 거창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덜 외롭게 만드는 작은 실천이다.

그리고 그 작은 실천이 모여 우리 모두의 일상을 조금씩 따뜻하게 만든다.

수세미 한 뭉치에 담긴 할머니의 마음처럼 말이다.

꽃 달아드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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