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의 추억
중3 아들이 삼성 서비스센터에서 돌아왔다.
이어폰 수리 견적을 받고 온 얼굴이 씁쓸했다.
"엄마, 수리비가 비싸."
요즘은 그런 시대다. TV 액정 하나 고치려 해도 수리비가 새 제품 값에 근접한다.
수리보다는 교체가 더 경제적인 아이러니한 세상.
나는 다이소에서 산 3천 원짜리 줄 달린 이어폰 쓰는데 그것도 한쪽이 고장 나 한 선은 자르고 한쪽만 나오는
아들의 귀에는 항상 버즈가 박혀 있어,
마치 그것이 그의 신체 일부인 것처럼 보였다.
몇 주 전, 아들이 당근마켓에서 기타를 사달라고 했다.
3만 원대 중고 기타들을 보고 있었는데, 테무에서 2만 원 후반에 새 기타를 파는 것을 발견했다.
"이거 어때?"
"싫어요."
며칠이 지나자 테무에서 기타 가격 할인 알림이 계속 떴다.
장바구니에는 여러 개의 기타가 담겨 있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아들과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선언했다.
"20만 원 넘는 기타 주문했다. 배우고 싶으면 학원도 등록해 줄게."
위풍당당한 아빠의 모습이었다.
내가 며칠 동안 품목을 비교하고 가격을 따져가며 검색했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무의미해졌다.
기타가 도착한 후, 아빠와 아들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그래서였을까. 아들이 이어폰을 사달라고 했을 때, 나는 바로 컴퓨터를 켰다.
"골라봐."
옥션에서 가격을 비교해 보고, 아들은 쿠팡의 다음날 배송을 선택했다.
"중간고사에서 백점 몇 개 나올 수 있어? 몇 개 이상 나와야 사줄게."
평소라면 이런 조건을 달았을 텐데, 이번에는 그냥 바로 주문 버튼을 눌렀다.
가격을 따지고 딜을 하던 예전과 달리 바로 주문해 주니, 아들이 나를 꼭 껴안았다.
돈의 힘일까?
다음날 버즈가 도착했다. 아들은 정말 행복해했다.
새 이어폰을 자랑하려고 아빠에게 달려갔다.
남편은 나에게 한 소리했다.
"이어폰을 20만 원 넘게 써?"
"기타도 20만 원 넘잖아."
버즈에는 AI 기능이 있었다. "볼륨 올려"라고 말하면 소리가 커지고,
"다음 곡"이라고 하면 다음 노래가 재생됐다.
"역시 비싼 건 다르구나!"
비슷하게 생겼어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이유가 있었다. 그만큼 비싼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문득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마이마이라는 작은 라디오를 끼고 도서관에 다녔던 기억.
그때 그 가격이면 플레이어 본체 값이었고, 이어폰은 거의 사은품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어폰 하나가 20만 원을 넘는다니!
아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남편은 기타로 아빠의 자리를 확고히 했고, 나는 이어폰으로 엄마의 사랑을 표현했다.
같은 사랑이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다. 남편은 위풍당당하게, 나는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목표는 같았다.
아들의 미소, 그 하나.
다이소 이어폰을 끼고 있는 내 귀에도, 비싼 버즈를 낀 아들의 귀에도, 같은 사랑의 소리가 흐르고 있었다.
20만 원짜리 이어폰이 들려주는 건 음악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족의 화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