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불가능한 패션 산업에 대한 한 여성의 고백
맥신 베다의 『지속 불가능한 패션 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내 옷장 속
청바지들이었다. 사이즈 28부터 임산부용 34까지, 각 사이즈마다 4벌씩은 족히 있으니 내 옷장은
청바지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베다가 책에서 언급한 "여성들은 평균 7벌의 청바지를 소유한다"는 통계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그 평균의 몇 배는 되는 청바지 수집가였던 것이다.
몇십 년 전, 청바지에 표백제로 얼룩덜룩하게 물을 빼는 게 유행이었다.
나도 세탁기에 표백제를 넣고 돌리며 '빈티지'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데 열중했다.
그다음엔 찢어진 청바지가 트렌드가 되었고, 할머니는 내가 비싼 돈 주고 산 '디스트레스드' 청바지를 보며 "찢어진 바지를 왜 입냐"며 바느질해주시려 했다.
그때는 그저 웃픈 에피소드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할머니의 '아껴 입자' 정신이
오히려 지속가능한 패션에 가까웠다.
패션 트렌드는 돌고 돌아 우리의 소비 욕구를 자극했다.
스키니진에서 부츠컷으로, 하이웨이스트에서 로우라이즈로.
각각의 유행마다 새로운 청바지를 샀고, 이전 것들은 옷장 깊숙이 밀려났다.
그렇게 축적된 청바지들은 이제 내 인생의 사이즈 변화를 증언하는 무언의 기록이 되었다.
2025년 서울 동묘 구제시장에 갔을 때의 충격은 잊을 수 없다.
옷들이 땅바닥에 쌓여 있고, 헌책방처럼 옷들이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었다.
"골라서 3천 원", "땡처리 천 원"이라는 팻말들 사이에서 허리를 굽혀 옷을 뒤지다 포기하고 말았다.
대신 천 원짜리 토스트와 1500원짜리 막걸리로 배를 채우며 생각했다.
'서울에 이런 후진국 같은 곳이 아직도 존재하는구나.'
하지만 그것은 바로 우리가 만들어낸 현실이었다.
베다의 책에서 읽었듯이, 패스트 패션의 종착지는 바로 이런 곳이다.
한 철 입고 버린 옷들이 결국 이렇게 더미를 이루어 헐값에 팔리거나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도서관에 갈 때면 항상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아름다운 가게에 들른다.
"오늘 득템 없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 일상의 소소한 재미가 되었다.
천 원짜리 머리핀을 발견했을 때의 그 특별한 행복감이란!
어떤 날은 가격표가 붙어 있는 새 물건을 건졌을 때 마치 월척을 잡은 것처럼 기뻤다.
요즘은 중고 옷들도 만원이 기본이 되어 구매 횟수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그 작은 보물 찾기는 계속된다.
등산 후 우연히 만난 교회 바자회에서 "마감이니까 그냥 가져가세요"라는 말에 크리스마스트리와 옷 몇 벌을 안고 돌아왔을 때의 기쁨도 잊을 수 없다. "아싸! 3천 원 벌었다!"
"살 빼면 입어야지" 하며 묵혀둔 옷들이 옷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언젠가는 다시 입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고이 장롱에 쌓아두지만,
몸의 치수가 불어남에 따라 옷의 개수도 함께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현실.
"오늘도 다이어트해야지" 하며 점심을 굶다가도,
첫째 아이가 먹을 때 "쪼금만",
막내가 학원에서 늦게 와서 고기를 구워줄 때 "또 조금",
그리고 마지막에 "그냥 한 번만 더 먹지" 하며 계획은 또 무너진다.
베다의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내가 "언젠가 입을 옷"이라며 쌓아둔 것들이 사실은 지구를 위협하는 패션 산업의 일부라는 것을.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1000억 벌의 의류 중 상당수가 바로 내 옷장 같은 곳에서
잠들어 있다가 결국 쓰레기가 된다는 것을.
이제는 새 옷을 사기 전에 잠깐 멈춰 생각한다.
정말 필요한 옷인가? 이미 비슷한 옷이 옷장에 있지는 않나? 6개월 후에도 이 옷을 입고 있을까?
완벽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내 소비 패턴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동묘에서 본 옷 더미들, 아름다운 가게에서의 작은 행복들, 그리고 내 옷장 속 잠자는 청바지들까지.
이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베다가 말했듯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덜 사고, 더 오래 입는 것"이다.
내 청바지들도 이제 조용히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를 더 사랑해 주세요. 더 자주 입어주세요.
그리고 함부로 버리지 말아 주세요."
오늘도 다이어트에 실패했지만, 적어도 새 옷 사는 것은 참았다.
그것만으로도 작은 승리라고 생각한다.
지구를 위해서, 그리고 내 옷장 속 침묵하는 옷들을 위해서.
임부복 안버리고 옷장속 그옷을 지금 입어야만 하는 나의 몸을 미워하며 불어난 몸 을 탓하며
작아진 아이들옷을 아는 지인에게 주었더니 그옷이 본인한테 맞다며 인증사진보낸 JY
"제가 좀 입다가 딸래미 물려주겠심더 ㅋㅋ 탄소중립 실천!!"
부럽다
나도 임부복으로 탄소중립 실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