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함이라는 감옥에서
그녀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찬물 샤워를 한다.
이유는 단 하나, 피부와 신진대사. 낮에는 허리에 식초 찜질을 하고, 밤에는 코르셋을 조인다.
그녀의 허리는 41cm, 숨이 막히는 숫자. 사슴고기 즙만 마시며, 거울 앞에서 눈을 감는다.
체중계 위의 숫자가 0.1kg라도 늘면, 하루가 망가진다.
오스트리아의 시시 공주도 그랬다.
하루 3시간 머리를 빗고, 빠진 머리카락을 은쟁반에 모아 세어봤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집착한 건 허리둘레였다. 50cm를 넘지 않기 위해 코르셋을 24시간 착용했고,
식사는 하루 한 끼, 그마저도 과일 몇 조각이 전부였다. 그녀의 얼굴은 제국의 명예였지만,
그녀의 몸은 제국이 만든 감옥이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은 더욱 극단적이었다.
'타이트 레이싱'이라 불리는 코르셋 조이기가 유행했는데,
일부 여성들은 내장이 압박받아 실신하는 것조차 우아함의 증거로 여겼다.
15인치(약 38cm) 허리가 이상적이었고, 이를 위해 갈비뼈가 변형되거나 부러지는 일도 흔했다.
그들에게 호흡은 사치였고, 날씬함은 생존이었다.
2025년의 우리는 조금 다를까?
픽시 폭스. 만화 캐릭터처럼 보이기 위해 6개의 갈비뼈를 제거했다.
120번이 넘는 성형 수술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숨쉬기가 힘들어도 괜찮아요. 이제 진짜 나를 찾았거든요."
세상은 그 말을 믿지 않지만, 그녀는 매일 거울 앞에서 18인치 허리를 자랑스럽게 쓰다듬는다.
한국의 한 아이돌 H. 소속사는 그녀의 체지방률을 16% 이하로 관리했다.
160cm에 38kg, BMI 14.8이라는 의학적으로 위험한 수치. 닭가슴살 100g, 오이 두 조각,
고구마 반 개가 하루 식단. 생리는 2년째 멈췄고, 머리카락은 한 움큼씩 빠졌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완벽했다.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모든 고통이 무효 처리된다.
일본의 모델 K는 더욱 극단적이었다.
'숨쉬는 다이어트'라 불리는 방법으로 하루 종일 배를 들이마시고 살았다.
복근은 선명해졌지만 위장은 위축되어 물 한 컵도 제대로 마실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배고픔은 아름다움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했다.
헬스장 거울 앞에서 땀을 흘리는 그녀들. 런닝머신 위에서 2시간, 근력운동 1시간, 그리고 집에 돌아와 체중계 위에 올라선다. 0.1kg의 증가도 실패다. 성공은 오직 감소할 때만 허용된다.
SNS 속 피트니스 인플루언서 A는 하루 500칼로리만 섭취한다고 자랑한다.
팔로워들은 "부러워요", "저도 따라할게요"라며 댓글을 단다.
그녀의 DM에는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빠질까요?"라는 질문이 하루에 수백 개씩 쌓인다.
그녀는 답한다. "의지가 약해서 안 되는 거예요. 더 참으세요."
20대 직장인 B는 점심시간마다 화장실에 간다.
토하기 위해서. 저녁 회식 후에도, 친구와의 만남 후에도 반드시 화장실을 찾는다.
"살찌는 게 무서워요. 옷이 안 맞으면 죽고 싶어져요."
그녀의 치아는 위산 때문에 누렇게 변했고, 목소리는 쉬어있다.
중국의 왕페이도 그랬다.
한 시대를 풍미한 미인이지만,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1일 2회 빙수 찜질과 생고기팩,
그리고 하루 한 끼의 죽만 먹었다. 사랑받기 위해, 사랑받는 몸이 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법을 잊어갔다.
"얼굴 공개 전엔 좋아요가 10개, 15kg 빠진 후엔 10만 개. 그럼 난 어떤 나를 살아야 할까?"
어느 익명의 여성이 남긴 글이다. 그녀는 외모를 바꿨고, 인생이 바뀌었다
바뀐 인생이 진짜 인생일까? 55kg이었던 그때의 그녀와 40kg인 지금의 그녀, 누가 더 진짜일까?
틱톡과 인스타그램은 새로운 잣대를 만들어낸다. #11자복근 #골반라인 #쇄골챌린지. 해시태그마다 수백만 개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여성들은 서로의 몸을 비교하며 더 얇아지기를 꿈꾼다.
'애플힙'이 유행하면 모두가 스쿼트를 하고, '직각어깨'가 트렌드가 되면 어깨 운동에 매달린다.
하지만 정작 그 트렌드를 만든 사람들은 이미 다음 트렌드를 준비하고 있다.
여성들의 몸은 계절이 바뀌듯 유행을 따라 변해야 한다.
날씬함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몸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가 새겨져 있다.
생리불순은 기본이다. 체지방률이 18% 이하로 떨어지면 호르몬 분비가 불규칙해진다. 20대에 골다공증 진단을 받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칼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정신적 상처는 더욱 깊다.
섭식장애, 우울감, 불안장애. '날씬함'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여성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다.
거식증으로 입원한 10대 소녀는 말한다. "저는 살이 쪘다고 생각해요. 30kg인데도요."
일부 여성들은 다이어트 약물에 의존한다. 식욕억제제, 이뇨제, 심지어 당뇨병 치료제까지.
부작용으로 심장에 무리가 와도, 간 수치가 이상해져도 멈추지 않는다.
"살만 빠지면 다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믿으며.
왜 여성들은 이토록 날씬함에 집착할까?
사회는 여성의 가치를 외모로 평가한다.
면접에서도, 승진에서도, 심지어 연애에서도 '첫인상'이라는 이름으로 외모가 판단 기준이 된다.
"살 좀 빼야겠다"는 말을 들은 적 없는 여성이 있을까?
미디어는 더욱 노골적이다. 광고 속 모델들은 모두 BMI 18 이하다.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K-pop 아이돌들의 허벅지는 손목보다 가늘다. 이런 이미지들이 '정상'처럼 포장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
연애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데이팅 앱에서 '날씬한 여성'을 선호한다고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남성들.
"살찐 여자는 자기관리 안 하는 여자"라고 말하는 사람들.
여성들은 사랑받기 위해 몸을 깎아낸다.
"다이어트는 내 선택이에요."
많은 여성들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정말 순수한 선택일까?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말들을 생각해보자.
"여자는 예뻐야 해", "살찌면 시집 못 가", "다이어트해야겠다".
이런 메시지들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선택'은 과연 자유로운 선택일까?
16세 소녀가 점심을 굶는 것도 선택이다.
20대 직장인이 운동에 하루에 3시간을 쓰는 것도 선택이다.
30대 주부가 아이 낳은 몸을 부끄러워하며 다이어트에 매달리는 것도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들 뒤에는 사회가 만든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다.
그렇다면 여자의 미모는 정말 무죄일까?
미모를 위한 노력은 죄가 아니다.
그건 선택이고, 때로는 생존 전략이고, 때로는 자기표현의 방식이다.
운동하고, 건강하게 먹고, 자신을 가꾸는 것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미모만이 여성의 가치라고 말하는 사회는 유죄다. 날씬함이 곧 성공이고, 아름다움이 곧 행복이라고 속삭이는 목소리들은 유죄다.
여성의 몸을 상품처럼 평가하고, 숫자로 환원시키는 시선들은 유죄다.
픽시 폭스의 갈비뼈 제거 수술도, 시시 공주의 38cm 허리도, 현대 여성들의 극단적 다이어트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사회가 만든 '완벽한 여성상'에 자신을 맞추려는 절망적인 노력들이다.
새벽 5시, 또 다른 여성이 일어나 찬물 샤워를 한다. 체중계 위에 올라서며 한숨을 쉰다. 0.2kg 늘었다.
오늘도 굶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녀를 탓하지 마라.
그녀는 이 사회의 '정답'에 가장 먼저 손을 든 사람일 뿐이다.
그녀는 생존자이고, 때로는 희생자이며, 동시에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공모자이기도 하다.
그러니 다시 묻고 싶다. 여자의 미모는 정말 무죄인가?
날씬함을 향한 강박은 개인의 선택인가, 사회적 강요인가?
그 질문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있다면, 적어도 그들은 그녀들의 노력을 본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노력 뒤에 숨겨진 고통도 함께 본 사람들이다.
미모는 죄가 아니다.
하지만 미모만을 강요하는 세상은 분명히 유죄다.
"진짜 아름다움은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와 체중계를 들고 서 있다."
"만화 캐릭터 닮고파"…스웨덴 모델, 갈비뼈 6개 제거
스웨덴 출신 모델 픽시 폭스(Pixiee Fox·25)가 만화 캐릭터를 닮기 위해 전신성형을 감행했습니다. 갈비뼈까지 제거했습니다.
폭스는 디즈니 캐릭터 제시카 래빗과 같은 몸매를 갖기 위해 무려 15차례에 걸친 성형수술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제시카 래빗이 되는 것은 내 꿈"이라며 "래빗은 날 가장 기분 좋게 만드는 존재"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신체 부위에 칼을 대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그는 코, 눈, 유방 확대 수술, 배, 엉덩이뿐만 아니라 갈비뼈 6개 제거 수술까지 감행했습니다.
특히 '늑골 절제술'로 불리는 갈비뼈 제거 수술은 5시간 이상 걸리는 대수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수술에 들인 비용은 7만9160 파운드(한화 약 1억 3,800만 원)에 달합니다.
수술 결과 그는 가슴 J컵, 허리 16인치 몸매의 소유자가 됐습니다. 애초 폭스의 신체 사이즈는 30-24-34였는습니다.
현재 폭스는 철저한 식단관리로 이 신체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하루 5시간 이상의 운동과 식단 관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폭스의 내년 계획은 성형수술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허리 사이즈를 16인치에서 14인치로 줄여 세계 신기록에 도전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