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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계란꽃


철길 옆 작은 꽃 하나가 바람에 흔들린다.

개망초.

이름부터가 예쁘지 않다.

'개'라는 접두사가 붙어 천하다는 뜻이고,

'망초'라 하여 나라가 망할 때 들어온 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얀 꽃잎들이 노란 중심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꽤나 앙증맞다.

마치 작은 계란프라이 같기도 하고, 순수한 아이의 웃음 같기도 하다.


구한말, 경인선 철길과 함께 바다 건너 온 이 작은 생명체는 어쩌면 우리와 닮아있다

.

원하지 않은 땅에 떨어져,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낸 모습이 그렇다.

사람들은 이 꽃을 '망국화'라 부르며 쫓아내려 했지만, 개망초는 오히려 더 번성했다.


아스팔트 틈새에서도, 버려진 공터에서도, 그 어디서든 피어났다.


사람도 그렇다. 태어날 때 이름을 못 받은 이들이 있다.

'개똥이', '말똥이', 심지어 '개새끼'라 불리며 자란 이들도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원치 않는 아이로 태어나, 사랑받지 못한 채 자란 사람들.

그들은 개망초처럼 척박한 땅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다.


남들이 포기하는 곳에서도 희망을 찾아내고, 버려진 자리에서도 꽃을 피워낸다.


어떤 이들은 개명을 한다.

못된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

개망초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봄망초', '계란꽃'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예쁜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똑같은 꽃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이름이 전부는 아니다.

개망초는 이름이 천해도 생명력이 질기다.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꽃을 피우고,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한다.

심지어 식용과 약용으로도 쓰인다.

우리 선조들이 힘든 시절 이 풀로 연명했다는 이야기처럼, 개망초는 생존의 의지를 보여준다.


천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도 그렇다.

이름이 못생겨도, 출신이 미천해도, 그들만의 고유한 가치가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단련된 끈기, 남들이 포기할 때도 버티는 인내력,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이런 것들은 화려한 이름으로 치장할 수 없는 진짜 보물이다.


봄이 되면 개망초가 다시 핀다.

누군가는 잡초라며 뽑아버리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소박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존재일지 몰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개망초야, 네 이름이 못생겨도 상관없다.


네가 피어나는 곳이 변두리여도 괜찮다.

너의 꽃말이 '소박한 사랑'인 것처럼, 너의 존재 자체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그리고 너를 닮은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름은 바꿀 수 있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생명력과 의지다.


개망초든 계란꽃이든, 개똥이든 영수든, 이름 따위에 흔들리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자.


척박한 땅에서도 꽃을 피우는 개망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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