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로 느끼는 현실
무더운 7월의 복날, 화성시 어느 작은 노인회관에서 벌어진 삼계탕 봉사 현장. 6월 선거로 인해 취소된 정기적인 노인정 식사 봉사를 대신해 마련된 특별한 자리였다.
새벽부터 준비에 분주한 자원봉사자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삼계탕을 정성껏 담아내고, 어르신들께 따뜻한 미소와 함께 한 그릇씩 건네는 진짜 봉사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선거 때문에 취소된 행사의 빈자리를 메우려는 듯 나타난 또 다른 무리가 있었다.
시의회 의원들과 동사무소 직원들. 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정확한 시간에 나타났다.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어르신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자신들도 삼계탕 한 그릇씩 받아 들고는 "수고하십니다"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사라졌다.
뒷정리는? 설거지는? 그건 원래부터 거기 있던 사람들의 몫이었다. 진짜 봉사자들은 행사가 끝난 후에도 한참을 더 남아 설거지를 하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바닥을 청소했다. 그들이 남겨둔 그릇들과 함께.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봉사인가?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다음 선거를 위한 홍보용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인가?
진짜 봉사는 카메라가 꺼진 후에도 계속되는 것이다. 언론이 떠난 후에도, 박수가 멈춘 후에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계속되는 것이다. 진짜 봉사자는 이름표도 없고, 명함도 없고, 다음 선거 공약도 없다. 그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자연스럽게 나타나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고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우리가 목격한 것은 그 반대였다. 화려한 등장과 요란한 퍼포먼스, 그리고 뒤처리는 남에게 맡기고 떠나는 무책임함. 이들에게 봉사는 베푸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다. 표를, 인지도를, 좋은 이미지를 받는 것이다.
가장 씁쓸한 것은 이런 일이 작은 마을 노인회관에서도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 작은 무대에서도 이런 식이라면, 더 큰 무대에서는 얼마나 더 심할까? 금뺏지를 단 그들이 보여주는 '국민을 위한 봉사'는 과연 진짜일까?
진짜 봉사자들은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곳에서, 그저 필요해서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이야말로 이 사회를 떠받치는 진짜 기둥들이다.
그러니 다음에 누군가 봉사한다고 카메라 앞에 나서거든, 한 번 물어보자. 카메라가 꺼진 후에도 당신은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것인가? 설거지까지 함께 할 것인가? 그 답에 따라 진짜 봉사자와 가짜 봉사자가 구분될 것이다.
봉사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카메라가 없을 때도 계속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