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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자전거를 사랑하게 되었나

과태료 안 나오길 바라며

대학 입학과 함께 야심 차게 시작한 두 가지가 있었다. 운전면허와 기타. 둘 다 '대학생의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로망이었다.

스틱으로 면허는 땄지만, 차가 없어 연습할 곳도 없었다. 기타는 먼지만 쌓여갔고, 운전면허증은 지갑 속에서 장식품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장롱면허' 시대가 시작되었다.

연애할 때 남자 친구가 용인까지 연수를 시켜주긴 했지만, 그 이후로 차는 주차장의 고정 장식품이었다. 남편과 결혼한 후에도 그는 회사 셔틀을, 나는 버스와 유모차를 선택했다. 아이가 있어도 말이다.

불편함보다는 운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더 컸다. 주말마다 남편이 나의 전담 기사 역할을 해주었고, 나는 그것에 익숙해져 갔다.


어쩔 수 없는 운전의 시작

2014년, 남편의 해외 주재로 유럽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살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슈퍼마켓조차 차 없이는 갈 수 없는 곳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다행히 길은 단순했다. 앞만 보고 가면 되는 일직선 도로들. 겨울엔 성실하게 윈터 타이어로 갈아 끼우고, 리스 차량이라 1년마다 새 차로 바뀌는 재미도 있었다. 갈색, 파랑, 빨강... 원색의 차들로 유럽 시골을 달렸다.

40분만 가면 비엔나였지만, 거기는 마차까지 다니는 복잡한 대도시라 꿈에도 운전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진짜 도전

귀국 후 차 없이 지내다가 시민대학 수강 때문에 차를 샀다. 동네는 여전히 자전거로 다녔지만.

올해는 화성의 초등학교에서 보조강사를 하게 되면서 정말로 운전이 필요해졌다. 한 시간 거리의 학교까지 매번 가야 했다.

오늘 봉담의 한 학교로 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하고 복잡한 도로. 어느 쪽 길인지 순간 당황하다 보니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쩔 수 없이 불법 턴을 하고, 1킬로미터를 되돌아가서 유턴을 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여유 시간을 넉넉히 둔다. 평행주차는 여전히 못하고, 공간감각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이유

그래서 나는 자전거가 좋다.

자전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가고, 브레이크를 잡으면 선다. 복잡한 기계장치도, 사각지대도, 주차 걱정도 없다.

자전거 위에서는 길을 잘못 들어도 언제든 멈출 수 있다. 뒤로 끌고 나와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 불법 턴? 그런 건 없다. 필요하면 내려서 끌고 가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자전거는 나에게 자유를 준다. 차는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주지만, 자전거는 나를 길 위에 살게 해 준다. 바람을 맞고, 계절을 느끼고, 동네 구석구석을 발견한다.

평행주차를 못해도, 공간감각이 없어도, 자전거 앞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세우고 싶은 곳에 세우면 된다.

대학 때 산 기타처럼 먼지만 쌓여가는 운전 실력이지만, 자전거만큼은 타면 탈수록 친해진다.

오늘도 나는 자전거를 탄다. 복잡한 도로와 불법 턴의 기억을 뒤로하고, 페달을 밟으며 나만의 속도로 세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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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왔던곳 갑자기 4갈래길이

실제 바닥은 초록 핑크 여러 선으로 나뉘였고 네비는 조용했다



인생길과 차선

복잡한 차선들을 보니 문득 생각이 든다. 인생도 저 차선들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어떤 차선은 직진만 허용하고, 어떤 차선은 좌회전만, 또 어떤 차선은 우회전만 가능하다. 한번 들어서면 정해진 방향으로만 갈 수 있다. 잘못 들어서면 나처럼 불법 턴을 하거나,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나의 인생도 그랬다.

일과 함께 '운전을 해야 한다'는 차선에 들어섰지만, 정작 그 길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결혼 후에는 '엄마는 차로 아이를 데려다줘야 한다'는 또 다른 차선이 있었지만, 나는 버스와 유모차로 우회했다.

해외에서는 어쩔 수 없이 운전 차선에 들어섰고, 지금은 화성까지 출근하는 차선을 달리고 있다. 각각의 차선마다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는 다르다. 자전거에게는 정해진 차선이 없다. 자전거 도로가 있으면 그곳으로, 없으면 인도로, 때로는 차도 한켠으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인생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운전을 잘해야 하는 건 아니고, 모든 엄마가 차로 아이를 데려다줘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각자에게 맞는 속도와 방법이 있다.

나에게는 자전거가 맞는 차선이었다. 느리더라도, 때로는 돌아가더라도, 내 속도로 갈 수 있는 길 말이다.


나만의 차선에서

오늘도 나는 자전거를 탄다. 복잡한 도로와 불법 턴의 기억을 뒤로하고, 페달을 밟으며 나만의 속도로 세상을 만난다.

정해진 차선에 얽매이지 않고, 나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자전거에서 배운 인생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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