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강생의 좌충우돌
따르릉~ 여름 어느 날, 핸드폰 속으로 날아온 한 통의 문자.
"축하합니다! 경기도 평생교육이용권 35만원 당첨!"
"어? 진짜야?"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맞다! 35만원짜리 황금티켓이 내 품으로! 마치 찰리의 초콜릿 공장 골든티켓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제 그 동안 비싸서 망설였던 필라테스를 드디어...!
은행으로 달려가 농협카드를 신청했다. "지원금 받으려면 이 카드가 필요해요!" 직원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서류를 작성하고, 일주일 후...
택배 도착!
카드를 받자마자 가슴이 두근두근. 드디어 필라테스 데뷔 시간이다! 운동복을 챙기고 학원으로 직진했다.
"포인트로 결제됩니다~" 라는 학원 직원의 말을 믿고 카드를 내밀었는데...
띠링! 결제 완료
어? 잠깐, 내 통장에서 진짜 돈이 빠져나갔네? 이건 포인트 결제가 아니라 실제 돈이잖아!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아, 죄송해요! 일단 취소해 주세요!"
급하게 취소하고 학원을 나왔다. 만약 확인 안 했으면 생돈 35만원이 그냥 날아갈 뻔했다. 휴우...
상담 전화를 걸었더니, "카드에 포인트가 들어오는 데 시간이 걸려요."
그래, 기다리자.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고 하니까.
2주 후... 아무 소식 없음.
오늘은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마음으로 농협카드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농협카드입니다. 원하시는 업무를 선택해 주세요."
"1번을 누르세요"
"죄송합니다. 다시 입력해 주세요"
"2번을 누르세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고객님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 (무한반복)
민생지원금 때문인지 전화가 폭주 상태. 마치 콘서트 티켓팅을 하는 기분이었다. 나도 점점 지쳐갔다.
마침내! 상담원과 연결됐다.
나: "BC카드로 발급받았는데 포인트가 안 들어왔어요."
상담원: "채움카드에 돈이 입금되었어요. 국민 채움카드 확인해 보세요."
나: "국민은행 카드는 발급받은 적이 없는데요?
" 상담원: "국민 채움카드요."
나: "아니, 저는 농협 BC카드를 받았다구요!
" 상담원: "채움카드입니다."
마치 외국어로 대화하는 느낌...
서로 같은 말만 무한반복.
나: "그럼 제가 농협카드 3개가 있는데, 어느 카드에 들어온 건지 알려주세요."
상담원: "보안상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아... 이럴 때 쓰는 말이 '소통'이구나.
어렵게 연결된 전화를 끊고, 가방을 뒤져 카드들을 다 꺼내놓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남자 상담원이 받았는데...
상담원: "카드 뒷면 4자리 번호가 ○○○○ 으로 끝나는 카드 확인해 보세요."
오! 이분은 뭔가 다르다! 명쾌하고 친절한 설명에 감동...
카드를 뒤집어 보니... 어? '채움'이라는 글씨가 써있네?
아하! 은행에서 다른 복지 발급카드를 해준 거였구나! 미스터리 해결!
결국 소중한 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깨달았다.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
첫 번째 상담원과 나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던 거다.
두 번째 상담원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해 주었고.
은행 직원도 사람인지라 실수할 수 있다.
복지카드가 여러 종류라 헷갈릴 수도 있겠다. 이해하기로 했다.
7월에 바로 등록할 수 있었던 필라테스... 카드 대란으로 벌써 가을이 되어버렸다.
9월 찬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니, 마음이 또 흔들린다.
필라테스 20회 - 몸매 라인 완성 프로젝트
스쿠버 다이빙 6시간 - 바다 속 신세계 탐험 (수영장비 10만원 추가지만...)
반찬 클래스 - 우리집 밥상 레벨업
브런치 클래스 - 인스타 감성 조식 마스터
커피 클래스 - 홈카페 바리스타의 꿈
어떤 걸 선택해도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 같다.
35만원으로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할 수 있다니!
ARS 지옥도, 카드 발급 대란도, 상담원과의 소통 장벽도... 모든 시련이 이 순간을 위한 여정이었나 보다.
오늘도 나는 고민에 빠져본다. 어떤 배움의 문을 열어볼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경험이 또 하나의 배움이 될 거라는 걸.
여러분도 혹시 평생교육이용권을 받으신다면, 제 이야기를 기억해 주세요. 카드 종류 확인은 필수!
ARS 전화는 인내심을 준비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배움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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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이용권 35만원으로 펼쳐지는 무한한 가능성의 이야기, 계속됩니다..."
잘못발급받은 카드 해지는 또 다른 번호로 전화해야한다해서.....두렵다
그냥 추억으로 간직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