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된 천사 루시퍼의 눈물
루시퍼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내렸다. 정장 차림에 깔끔하게 빗어넘긴 머리, 그리고 그 유명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다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평소와 달리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고, 스마트폰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루시퍼의 카톡 상태메시지: "천국 퇴사 후 7년째... 아직도 적응 안 됨 ㅠㅠ"
"야 루시, 너 또 혼자 밥 먹냐?"
동료 가브리엘이 다가왔다. 루시퍼는 고개를 들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 가브. 너는 좋겠다. 아직도 윗분이랑 연락하고 지내고..."
"어쩔 수 없지. 너도 알잖아. 네가... 그때 그런 일을 벌여서."
루시퍼는 스테인리스 숟가락을 들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냥 의견을 낸 거였는데. '좀 더 민주적으로 운영하면 어떨까'라고 했을 뿐인데..."
루시퍼는 현재 '에덴 프로젝트'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기농 사과 브랜드였다.
"루시퍼 대리, 이번 광고 컨셉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루시퍼가 파워포인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소비자들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사과를 먹으면 모든 게 달라진다'는 식의 과장 광고보다는..."
팀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루시퍼 대리, 또 그런 식으로 말하면 곤란해요. 마케팅이 뭔지 알아요?"
"하지만 거짓말은..."
"회의 끝나고 따로 얘기해요."
루시퍼는 혼자 맥주를 마시며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했다. 피드에는 천국 동기들의 화려한 일상이 가득했다.
미카엘: 천국 본사 승진 파티 감사합니다!
라파엘: 오늘도 치유의 기적을... #축복 #감사
우리엘: 정의로운 하루였습니다
루시퍼는 댓글을 달려다가 멈췄다.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루시퍼의 게시물: 오늘도 사과 마케팅... 아이러니하다 #일상 #회사원 #현타
원룸 반지하에서 라면을 끓이며 루시퍼는 생각에 잠겼다. 벽에 걸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니, 예전의 그 빛나는 천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평범한 20대 후반 직장인일 뿐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어머니에게서 온 문자였다.
엄마: 아들아, 언제 천국으로 돌아올 거니?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셔.
루시퍼는 답장을 치다가 지웠다, 또 치다가 지웠다. 결국 이렇게 답했다.
루시퍼: 아직은... 좀 더 생각해볼게요. 사과는 잘 드세요 ㅠㅠ
잠들기 전, 루시퍼는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냥... 다른 의견을 가진 것뿐이었는데. 왜 이렇게 어려울까?"
그의 눈에서 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내일도 출근해야 했다. 그리고 또 사과를 팔아야 했다.
에필로그
다음 날, 루시퍼는 지하철에서 한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고 계시는 걸 보고 자연스럽게 도와드렸다. 할머니는 고맙다며 미소를 지으셨다.
그 순간 루시퍼는 깨달았다. 천국에서 쫓겨났지만, 여전히 자신 안에는 선한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을.
비록 완벽하지 않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루시퍼의 새로운 카톡 상태메시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오늘도 화이팅!
루시퍼의 눈을 자세히 봐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