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예술을 이해하려면 아직도 멀었구나!
동탄역에서 마주친 '그것' - 예술이라고? 정말로?
동탄역을 지나다가 갑자기 마주한 그 '무언가'를 보고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어? 저게... 뭐지?"
마치 외계에서 온 듯한 형형색색의 비닐 덩어리. 솔직히 말하면 첫인상은... 흉물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어머, 저게 뭐야? 무서워!" 같은 반응이었달까.
그런데 집에 와서 작가에 대한 작품 설명을 읽어보니 이게 웬걸, '소비 생태계의 시각화'라고 한다.
우리가 매일 쓰고 버리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도시 생명체'란다.
"아... 그래서 이렇게 생겼구나."
갑자기 그 흉물(?)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치킨 시켜먹고 배달음식 주문하며 쌓이는 비닐봉지들, 편의점에서 무심코 받는 플라스틱 용기들... 그것들이 모여서 저런 기괴한 생명체가 된 걸까?
예술가 이병찬이 말하고자 한 것은 아마도 이런 거였을 것이다. "야, 너희들이 매일 버리는 게 이만큼 쌓이면 저렇게 무시무시한 괴물이 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솔직한 마음 한구석에선 생각한다.
"그래도... 좀 예쁘게 만들 수는 없었나?"
예술이란 참 신기한 영역이다. 아름다운 것만이 예술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마주하면 "어? 이것도 예술이야?" 하며 당황하게 된다. 특히 동탄역 같은 일상 공간에서 갑자기 마주치면 더욱 그렇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우와, 신기하다!" 하며 신나하고, 어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저게 뭐하는 거야?" 하고 지나간다. 나처럼 작품 설명을 꼼꼼히 읽고 "아하!"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예술가의 의도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고,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것 말이다.
동탄역을 지날 때마다 이제 그 '흉물(?)'이 보일 것 같다. 그리고 아마 치킨 시킬 때마다, 택배 받을 때마다 잠깐이나마 그 작품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아, 또 비닐봉지 하나 더 늘었네..."
예술이 우리 삶에 파고드는 방식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아름답지 않아도, 이해하기 어려워도,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그런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것.
그래, 이병찬 작가님. 당신의 승리입니다. 흉물이든 뭐든, 사람들이 멈춰서서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사진이라도 찍어 올껄 후회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