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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와 화성의 우주적 혼란

강연을 다녀와서 나의 소설을 써본다


1. 택배 오배송 사건

김대리는 오늘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발송지가 '화성 올림푸스 몬스 산 중턱 347번지'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어? 이거 잘못 온 건가?"

상자를 열어보니 빨간 먼지가 폴폴 날리면서 '화성산 프리미엄 철분보충제'라는 제품이 들어있었다. 설명서에는 "화성 토양에서 직접 추출한 천연 철분으로 지구인의 혈색을 붉게 만들어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대리는 당황해서 택배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택배가 잘못 배송된 것 같은데요. 발송지가 화성이라고..."

"아, 고객님! 죄송합니다. 저희 시스템에서 '화성시'와 '화성'을 구분하지 못해서 종종 이런 일이 있어요. 화성 거주민분들이 화성시로 잘못 보내시는 경우도 많고요."

"네? 화성에 진짜 사람이 살아요?"

"물론이죠! 요즘 화성 택배는 저희 주력 사업입니다. 지구-화성 간 배송은 보통 6개월 걸리는데, 최근에 워프 기술 도입해서 3일로 단축했어요!"

2. 화성시청의 고민

한편 화성시청 민원실에서는 또 다른 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장님, 또 화성에서 이주 신청서가 들어왔습니다."

화성시장은 골치가 아팠다. 이번 달에만 벌써 화성에서 온 이주 신청서가 347건이나 되었다. 모두 "화성이 너무 춥고 먼지만 날린다", "지구의 화성시가 살기 좋다고 들었다"며 이주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화성 사람들은 어떻게 생겼어요?"

"글쎄요... 대부분 초록색이고 더듬이가 있는 것 같은데, 요즘엔 성형수술로 지구인처럼 보이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군요."

시장은 머리를 싸맷다. 화성시의 인구는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는데, 화성인들까지 받아들이면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았다.

"그럼 화성에다가 신도시를 하나 더 만들면 어떨까요?"

"화성에 신도시를요?"

"네! 화성의 화성시를 만드는 거죠. 뭔가 재밌지 않나요?"

3. 우주 부동산 붐

소식이 전해지자 지구의 부동산 업계가 들썩였다. 화성에 화성시를 건설한다는 소식에 투기 자본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화성 부동산, 지금이 기회입니다! 화성의 화성시 1차 분양! 올림푸스 몬스 전망 아파트!"

"분양가가 얼마예요?"

"평당 화성 달러로 3천만 원... 아니 지구 원화로는 30억 정도 되겠네요."

"그런데 화성 달러가 뭐예요?"

"아, 화성에서 쓰는 화폐인데요, 지구 돈으로 바꾸면... 음... 환율이 하루에 열 번씩 바뀌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4. 배달의 민족 vs 배달의 화성족

화성 진출을 놓고 배달 업계에서도 경쟁이 치열했다.

"화성 배달 서비스 런칭! 30분 내 배달, 늦으면 화성 토양 한 포대 무료 증정!"

하지만 문제는 화성의 대기였다. 배달 기사들이 헬멧을 써야 하는 건 물론이고, 음식도 모두 진공포장을 해야 했다.

"치킨이 도착했습니다!"

"어? 치킨이 왜 얼어있어요?"

"화성은 영하 60도라서요... 전자레인지에 돌리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배달비는 우주선 유류비 포함해서 50만 원입니다."

"50만 원이요?!"

"네, 그런데 지구 화성시까지는 3천 원인데 말이죠. 참 이상하죠?"

5. 화성인의 역이주

결국 화성에 정착한 지구인들과 지구 화성시로 이주한 화성인들 사이에 문화 교류가 활발해졌다.

화성에 정착한 지구인 박씨는 화성 현지 방송에서 인터뷰를 했다.

"화성 생활이 어떠세요?"

"일단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아요. 그런데 여기 먼지는 미세먼지 수준이 아니라 그냥... 폭풍이에요."

"화성시가 그리우지 않으세요?"

"가끔은요. 특히 김치찌개가 먹고 싶을 때... 여기서 김치를 만들려니까 배추가 얼어버려요."

한편 화성시에 정착한 화성인 젝스-4578호는 한국 방송에 출연했다.

"지구 적응은 어떠신가요?"

"일단 중력이 너무 무거워서 힘들어요. 그리고 공기 중에 산소가 너무 많아서 가끔 어지러워요. 화성에서는 산소 농도가 0.1%인데..."

"그럼 화성이 그리우시겠네요?"

"아니요! 여기가 훨씬 좋아요. 특히 택배가 3일 만에 온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화성에서는 6개월 걸렸거든요."

6. 우주시대의 새로운 혼란

결국 화성과 화성시 사이의 혼란은 더욱 복잡해졌다. 지구에는 화성시민과 화성시민(화성인)이 공존하게 되었고, 화성에는 화성시(신도시)와 기존 화성 도시들이 혼재하게 되었다.

가장 혼란스러운 건 주소 체계였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동" "화성 화성시 동탄동" "화성 올림푸스시 화성동"

우체부들은 매일 우주와 지구를 오가며 택배를 배송해야 했다.

"오늘 화성 배송 몇 건이에요?"

"화성이 화성시 화성인지, 화성시 화성이 화성인지 모르겠어요. 그냥 둘 다 가봐야겠어요."

에pilogue: 우주적 동명이인

결국 우주 연합에서는 공식적으로 '화성시'와 '화성'을 구분하기 위해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

지구의 화성시: Mars City, Earth


행성 화성: Planet Mars


화성의 화성시: Mars City, Planet Mars


하지만 이것도 혼란의 시작일 뿐이었다. 곧 목성시, 토성구, 해왕성동이 생겨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 목성시 분양받으실 건가요?"

"목성시요? 목성에 있는 목성시 말이에요, 아니면 지구에 새로 생기는 목성시 말이에요?"

"아...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우주시대가 열리면서 인류는 새로운 혼란을 맞이했다. 하지만 어쨌든 택배는 배송되었고, 사람들은 적응했으며, 화성과 화성시는 여전히 헷갈렸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주시대의 일상이 되었다.

"결국 우주가 넓어져도 인간의 헷갈림은 변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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