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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이 있을까? 설렘

칸쵸 이름 찾기

그 흔한 현주라는 이름은 명단에 안보였다

결국 상술인걸 알면서....


대한민국을 뒤흔든 달콤한 광기

평범했던 편의점의 변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 과자 코너는 평화로웠다. 사람들은 배가 고프면 과자를 사고, 달달한 게 당기면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편의점마다 칸쵸 코너 앞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을 보면 마치 보물찾기 현장 같다.


"민준아... 민준이 어딨 니..."

"서연이는... 서연이는 정말 없나..."


포켓몬 빵의 재림, 칸쵸의 역습


기억하는가? 몇 년 전 포켓몬 빵 때문에 전국의 편의점에서 빵이 동났던 그 사태를. 어른들은 피카추 스티커 하나 때문에 빵을 사재기하며 "요즘 애들은 참..."이라고 혀를 찼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칸쵸에 자신의 이름이 박혀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두가 '이름 헌터'가 되었다. 포켓몬은 151마리였지만, 칸쵸는 504개의 이름이다. 확률상으로는 더 높을 텐데, 왜 이렇게 찾기 어려울까?


이름 헌터들의 일기


Day 1: "내 이름 '지민'이 흔한 이름이니까 금방 찾겠지?"

Day 3: "편의점 3곳 돌았는데 없네... 내일 더 찾아보자."

Day 7: "칸쵸 20개 사서 집에 진열 중. 지민아, 넌 어디에 숨어있니?"

Day 10: "혹시 내 이름이 504개 목록에서 빠진 건 아닐까? 불안해지기 시작함."

Day 14: "친구가 자기 이름 찾은 걸 자랑하는데... 부럽다 정말."


SNS를 점령한 칸쵸 인증숏


인스타그램과 틱톡은 온통 칸쵸 인증숏으로 도배됐다.


"드디어 찾았다! #내 이름을 찾아라 #칸쵸 #운명의 만남"


어떤 이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칸쵸를 마치 다이아몬드 반지라도 받은 양 소중히 들고 환상적인 배경에서 사진을 찍는다. 어떤 이는 가족 이름 풀세트를 모아 "우리 가족 올 모였다!" 하며 뿌듯해한다.


가장 웃긴 건 이름 못 찾은 사람들의 댓글이다.

"축하해... (눈물)"

"나도 언젠가는..."

"혹시 바꿔드릴까요? 저희 집에 승민이 3개 있어요."


맛보다 이벤트가 우선인 시대


예전엔 "이거 맛있어?"라고 물어보며 과자를 샀다면, 지금은 "이거 내 이름 있을까?"가 구매 기준이 되었다. 칸쵸 맛을 모르는 사람도 일단 사고 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증언: "하루에 같은 분이 와서 칸쵸만 10번도 넘게 사가세요. 다른 과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이것은 낭비일까, 이벤트일까?


집집마다 쌓여가는 칸쵸들을 보며 사람들은 고민한다. '이게 과연 의미 있는 소비일까?'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우리는 언제부터 '합리적 소비'만 해야 한다고 정해졌을까? 가끔은 무의미해 보이는 재미를 위해 돈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에게 "당첨 확률이 얼마나 낮은 줄 알아?"라고 말하지 않듯이.


칸쵸가 만든 새로운 세계


이제 편의점은 단순한 편의점이 아니다. 운명의 만남이 기다리는 장소다. 사람들은 새로운 편의점에 갈 때마다 설렘을 안고 칸쵸 코너로 향한다. 마치 첫 소개팅 나가는 기분으로.


"혹시 여기엔 내 이름이 있을까?"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는 그 순간의 기쁨이란! 로또 당첨보다 더한 환호성이 편의점 안을 가득 메운다.


칸쵸가 알려준 것


결국 칸쵸 이름 찾기 이벤트가 우리에게 알려준 건 이런 거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고 싶어 한다. 설령 그것이 과자 포장지에 박힌 작은 글씨일지라도. 그리고 그 작은 특별함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


칸쵸야, 고마워. 우리에게 일상의 작은 모험을 선물해 줘서. 그리고 편의점이 이렇게 설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줘서.


이제 누군가 "요즘 사람들은 별 걸 다 한다"라고 말하면 이렇게 대답하자:

"응, 별 걸 다 하면서 행복해해. 그게 뭐 어때서?"


P.S. 아직도 내 이름을 못 찾은 분들, 포기하지 마세요. 운명은 가장 뜻밖의 순간에 찾아온답니다. 바로 다음 편의점에서 말이에요!


명단 확인해 보시고

명단에 없는 이름으로 좌절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