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청소 민원 에피소드
어제 청소를 마치고 원장님께 보고드린 청소 완료 메시지를 보낸 뒤, 드디어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나가는 줄 알았는데...
띵동~
521호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는 연락이 왔다.
"화장실이랑 창틀이 더럽다고 하시는데요..."
아, 진짜 오늘 운이 왜 이렇게 안 따르는지!
521호 문을 노크하고 들어가보니... 와! 온 가족이 다 와계셨다. 아빠, 엄마, 그리고 딸까지. 좁은 고시원 방 안에 세 명이 옹기종기 앉아계신 모습이 어찌나 귀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아빠의 표정은 심각했다.
아빠: "여기 봐요, 벽지가 찢어져 있잖아요. 원래부터 이랬다고요?"
나: "아... 네, 죄송합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속마음: 아이고, 정말 까다로우시네...)
딸이 머물 방을 보러 온 부모님의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되지만, 정말 구석구석 안 빼놓고 다 보시더라.
엄마: "침대 밑도 좀 봐주세요. 먼지가..."
아빠: "공용 청소기에 먼지가 가득 차있던데,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딸: "샤워기에서 물이 새요..." (이미 방을 바꿔드렸는데도!)
와, 이 정도면 호텔 가시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507호로 방을 옮겨드렸더니, 이번엔 샤워기 문제!
아빠: "샤워기 줄 안에 고무링이 없어서 물이 샌다고요!"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욕실에 물때지적!
정말... 오늘은 왜 이렇게 모든 게 다 걸리는 걸까?
가장 감사한 건, 이런 상황에서도 원장님이 항상 내 편이 되어주신다는 것이다.
"괜찮아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이런 말씀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래서 이 일을 놓을 수가 없는 것 같다.
가끔 이렇게 부모님과 함께 방을 보러 오시는 분들을 보면 피곤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나도 자식 키우는 엄마니까.
'내 자식이 머물 방인데, 깨끗해야지...'
그런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더 꼼꼼히 청소를 시작했다.
방 개수: 30개
고충: 삼성 경기 악화로 일일노동자 감소 → 빈방 증가
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이런 '꼼꼼한 가족'들이 오신다. 침대 밑 구석구석까지, 정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체크하시는 분들.
처음엔 당황스럽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냥 웃으면서 받아들인다.
"오늘도 무사히 넘겼다!"
내일은 또 어떤 에피소드가 기다리고 있을까?
원장님이 아니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